(볍씨학교 교육과정) 볍씨학교 이해하기 - 볍씨가 좋아하는 것들
작성자 : 이형광 | 등록일 : 2016-01-29 22:47:18 | 조회수 797

볍씨가 좋아하는 것들

 

살아있어 생명이 느껴지는 것들

책에 나오는 노린재만 보고 있으면 냄새는 맡을 수 없기 때문에 풀밭에 나가서 공부합니다.

친구와 서로 다투며 놀게 하는 로봇 장난감보다는 무한정 친구와 같이 놀 수 있는 흙, 돌, 나뭇가지를 가지고 놉니다.

아이들의 배움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볍씨아이들은 몸으로 직접 배웁니다. 똑똑한 논리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어도 몸과 마음으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내 눈과 내 코와 내 입과 내 손이 직접 사물들과 교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풀밭과 산과 밭과 냇가와 바다를 더 좋아합니다.

 

조금씩 정성들여 만든 것들

한 번에 뚝딱 만드는 것보다 천천히 조금씩 만들려고 날톱으로 나무를 자릅니다.

인쇄된 글씨보다는 손 글씨가 더 좋아 직접 쓴 글씨로 문집을 만듭니다.

이메일 보다는 직접 쓰고 전해주는 편지가 좋아 학교에 우체통을 두었습니다.

세상에는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가져다 쓰기만 하면 빠르고 편리합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나도 없고 상대방도 없습니다. 모두가 똑같아져서 누구의 것도 아닌 글씨, 누구의 것도 아닌 물건이 됩니다.

볍씨학교는 서툴고, 시간이 걸리고, 수고로움도 있지만 자신의 애씀과 마음을 담은 물건들을 좋아합니다.

 

튼튼한 다리와 내 몸의 힘

차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것이 좋아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나들이를 다닙니다.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이 좋아 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갈 때도 버스나 기차를 탑니다.

에어컨 바람보다는 자연바람만으로 견디려고 한여름에도 교실에는 선풍기와 부채를 씁니다.

땅과 나무들을 위해 수세식 화장실 대신 재래식 화장실을 만들었습니다.

전기 청소기보다 빗자루와 걸레로 교실을 청소합니다. 볍씨 아이들은 내 몸의 에너지를 쓰고 지구의 에너지를 아낍니다.

내가 조금만 참고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모든 생명이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알기 위해 몸을 움직입니다.

그래서 가끔 몸이 편한 곳에 가면 잘못한 일을 하는 것처럼 불편해합니다.

 

나를 살리는 음식

공장에서 빨리 만든 죽은 음식보다 엄마가 직접 만든 살아있는 음식이 더 좋아 우리 간식은 고구마와 감자입니다.

약을 친 바나나 대신 생오이와 당근을 간식으로 먹고 자연이 애써서 키운 과일은 껍질째 먹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생명을 거절할 수 없기에 감사하며 편식하지 않고, 남기지 않고 다 먹습니다.

공장에서 만들어 먹을수록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는 약 대신 배가 아플 땐 매실을 먹고, 상처가 나면 황토를 바릅니다.

볍씨학교는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내 몸을 소중히 여깁니다. 내 몸은 살아있는 생명이고 자연이니 자연이 좋아하는 대로 몸을 대하면 내 몸이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압니다. 내 몸이 좋아하는 먹거리는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고 만든 것들입니다.

볍씨 사람들은 자연입니다. 그래서 인공으로 만든 것을 먹으면 이치에 맞지 않아 탈이 납니다. 세상의 음식들은 자극적인 것들이 많아 우리 몸을 무감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내 몸이 갖고 있는 능력들을 잃어버리게도 합니다. 내 몸이 살아 움직이고 생명체로 온전히 살려면 그런 자극들을 멀리해야 합니다. 내 몸을 귀하게 여기는 연습은 다른 사람도 귀하게 생각하게 합니다.

생명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들은 그냥 생기지 않습니다. 조금은 유별나고 조금은 수고스럽습니다. 누구나 하는 대로 따라 하면 생명들과 함께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볍씨가족들의 생활방식은 조금 까다롭고 유별납니다.

 

혼자 보자 여럿이 함께

자꾸 만나서 함께 만들려고 부모님들은 직접 학교공사를 합니다.

혼자 기계랑 노는 것보다는 땀 흘려 친구랑 노는 것이 좋아 게임을 하지 않고 마당놀이를 합니다. 나 혼자 기분 좋은 어린이날 선물보다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북한 어린이 돕기 성금을 하게 됩니다.

몇 명만 축하해주는 생일잔치보다 모두 축하할 수 있는 생일이 좋아 학교친구들에게 떡을 돌립니다.

여럿이 함께 즐기고 노는 방법을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혼자 즐기는 일을 더 많이 알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볍씨아이들은 여럿이 놀고 함께할 때 더 기쁘다는 것을 배웁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열심히 익힙니다.

함께 살고 함께 기뻐하는 법을 배우려면 어렵고 피하고 싶은 일도 견디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끈기도 배웁니다. 가끔은 괴롭고 힘들기도 하지만 우리는 같이 노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함께 잔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날로그세상을 사는 볍씨

볍씨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구식입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아날로그 식이지요.

모든 세상이 디지털로 변화되고 있고, 사람도 디지털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단순하고 명료하고 빠르게.

하지만 분명 성능도 떨어지고 느리고, 수고스러운 아날로그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볍씨는 어쩌면 세상과 동 떨어진 곳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나는 어쩌면 좋지?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좋고, 한 번에 보다는 여러 번에 걸쳐서 하는 것들이 더 좋습니다.

조금은 촌스럽고 구식이지만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은 아날로그이고 싶습니다.

심지어 세상의 유행에 따라가려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옛날식을 고민하는 우리입니다.

조금씩 천천히 가야 누구나 함께 갈 수 있고 나를 만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누구나 빨리 할 수는 없지만 느리게는 누구든지 함께 할 수 있으니까요

 

생명이 소중한 세상, 생명이 자유로운 세상은 분명 빠르기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세상일거라 믿습니다.

생명이 소중한 세상, 생명이 자유로운 세상은 기계와 전기 힘보다는

사람의 힘을 더 많이 써서 움직이는 세상일거라 믿습니다.

생명이 소중한 세상, 생명이 자유로운 세상은 크고 거대하기보다

작고 소박한 크기로 만들어진 세상일거라 믿습니다.

생명이 소중한 세상, 생명이 자유로운 세상은 완성된 결과 보다

계속 진행인 과정들이 움직이는 세상일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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