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학교 교육과정) 6~8학년 세부교육과정
작성자 : 이희연 | 등록일 : 2021-08-12 10:11:38 | 조회수 885

청소년 과정(6~8학년) 세부교육과정

 

 

청소년 시기에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가정이나 학교 공동체를 넘어 더 넓은 사회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보다 본질적이고 큰 의미를 추구하게 된다. 현실가능성을 따져보기 전에 대의를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시기이다. 이렇게 더 넓은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를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큰 의미와 가치에 관심을 갖고, 더 넓은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는 배움이 필요하다.

삶의 실천은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자리부터 시작한다. 시선은 넓히되, 실제적인 변화는 우리가 마주하는 공동체와 지역사회부터 시작해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는 청소년들이 학교 문턱을 넘으면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배움터인 동시에, 그간 쌓아온 배움을 토대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자기 역할을 시도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시민이 된다는 것은 학교에 앉아 민주주의를 배우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시민들을 만나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를 생생하게 느끼는 만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자기 몫을 발견하게 된다.

 

지역사회에서 배움을 얻고, 가치 있는 활동을 펼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주도성과 기본기이다.

주도성은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꾸려가는 방식인 동시에, 사회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자기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이 된다. 기본기는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바탕이다. 기본기를 갖춘 사람의 말에는 자신의 주장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담긴다. 그렇기에 다른 시민들에게도 함께 변화하자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청소년 과정에서는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주도성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진다. 청소년들은 어린이 과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스스로 궁리하여 일을 풀어가게 된다. 원하는 배움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새롭게 해야 하는 공부도 늘어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주어진다. 이것은 기회인 동시에 주도성의 스위치를 계속 켜두어야 한다는 도전이기도 하다.

주도성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보다 쉽게 발휘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 때, 원하는 배움을 선택하는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마음을 붙이고 즐겁게 할 수 있다. 스스로 선택했기에 그것을 이끌어 가는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감당하게 된다.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주도성은 원하는 일을 하는 순간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고, 발휘해야 한다. 누군가가 준비한 배움을 들을 때에도, 삶을 돌보기 위해 필수적인 일을 할 때에도,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때에도 우리는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다. 한 사람의 몫을 충실히 하면서도, 그 일이 나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와 필요가 있는지 발견해낼 수 있다.

각 상황에는 그에 맞는 주도성의 모습이 있다. 원하는 일이든 필요한 일이든,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자기 배움을 꾸려갈지 고민해야 한다. 더 나아간다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혼자 알아서 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발견할 수 있다. 교사나 친구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무엇을 묻고 어디까지 도움을 요청할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함께 배운다는 것은 이럴 때 가능하지 않을까.

어떤 영역에서 주도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목공을 하기 위해서는 나무와 목공 도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톱을 쓸 줄 모르면서 목가구나 집을 만들 수는 없다. 기본 지식과 기술을 갖추는 것은 어떤 것을 시도해보고 꾸려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또한 기본기를 갖출 때 작은 것 하나를 만들더라도 진정 쓸모 있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 수 있다. 원하는 것을 만들어 오래 사용하려는 사람이라면 꾸밈에 앞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 지식과 기술은 몸을 움직여 직접 일하는 것과 떨어져 있지 않다. 나무와 목공 도구에 대해 배울 때, 우리는 책뿐만이 아니라 나무를 만져보고 목공 도구를 사용해보며 배우게 된다. 삶과 배움을 위해서라도 직접 일해보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이다. 수영의 모든 기본기를 다 배우고 수영장에 들어가겠다고 한다면, 수영을 배우기는커녕 수영장에 발 담그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자주 해보고, 정성들여 해보는 과정에서 비로소 기본기가 생겨난다. 이렇게 얻은 기본기는 잃어버리지 않으며, 주도성을 발휘할 때 자신감을 보태어 준다.

 

 

 

1) 6~8학년 연령통합의 배경

 

 

이전 볍씨학교 학제는 어린이과정 6년과 청소년 과정 3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볍씨학교에서 6학년은 그동안 어린이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새롭게 청소년 과정을 준비하는 시기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5~6년간의 어린이과정을 지내면서 점차 그 생활이 식상해지고, 자기 배움과 성장을 자극하는 동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청소년 과정과 함께 배우는 수업에서는 학습과 생활적인 영역에서 선배들과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청소년 과정에서는 9학년이 독립학사를 꾸리게 되고, 7~8학년 두 연령의 아이들이 통합반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또래 청소년 아이들의 관계와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그러기에 7~8학년 두 학년만으로는 아이들 역동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4년부터는 6학년 아이들을 청소년 과정으로 끌어올려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2021년 현재 6학년, 7~8학년 모두에게 긍정적인 작용과 자극을 주는 모습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2) 교과과정의 큰 흐름

 

(1) 나 읽기

진로교육의 가장 큰 핵심은 바로 나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주체가 바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알아가는 공부는 단 한 번 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자기 생활과 관계를 짚어가며 꾸준히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길찾기 과정은 ‘나 읽기’ 영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점점 세상배우기와 세상 만나기 영역으로 그 중심이 옮겨갑니다. 나 읽기 영역은 크게 ‘나 읽기’수업과 ‘에니어그램’이 큰 축을 이룹니다.

 

① 에니어그램 수련
- 에니어그램은 사람을 9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유형 지표이자 인간이해의 틀입니다. 그러나 볍씨학교에서의 에니어그램은 단순히 사람을 9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이 가진 긍정적인 힘과 능력을 더욱 확장시키며 성장하는데 도움을 받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 5월 말, 3박4일로 진행

 

② 다양한 방식의 나읽기 수업
- 에니어그램 수련, 미술치료수업, 자기성찰글, 둘러앉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관계역동을 이해하는 배움을 진행합니다.

 

 

(2) 세상 배우기

나를 이해하는 것은 자기 내면을 알아가는 것과 함께 내가 어떤 사회적 배경에서 살아가는 존재인지를 알아가는 것으로 확장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배우는 것이 길찾기 영역의 핵심입니다.

 

① 인문학 수업
- 청소년 시기에는 세상을 만나고 배우면서 그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자기의 가치관을 형성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인생관, 세계관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문학 수업은 세상이 어떤 구조로, 무엇을 중심으로 돌아가는지 배우면서 결국 이런 세상에서 나는 어떤 가치로 살아갈 것인가를 배우기 위한 과정이 됩니다.
- 1학기, 2학기 일상적으로 진행
- 주제가 있는 인문학 수업 (인권, 동양철학, GMO와 생명농업, 지방자치 등), 학교밖 다양한 인문학 강의

 

② 다양한 주제의 선택수업
- 아이들이 직접 공부하고 싶은 내용과 방식을 선택하여 매주 수업을 이끌어나갑니다. 학기마다 다양한 주제의 수업이 열려서 각자 공부한 결과물을 다른 친구들과 나눕니다.

 

 

(3) 세상 만나기

볍씨에서 가장 중요한 배움은 책이나 지식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람을 만나고 현장에 찾아가 몸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들로부터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사람책 도서관’, 나 보다 먼저 살아간 사람들로부터 내 고민의 질문을 풀어나가는 ‘멘토여행’, 지역에서 기관, 사람들을 만나서 몸으로 경험하는 ‘마을학교’, 여행을 통해 그리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주제여행이 그런 배움들입니다.

 

① 사람책 도서관
- 세상을 배우고 만나는 것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사람만큼 훌륭한 책은 없으며 사람만큼 훌륭한 교재도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 삶의 경험을 갖고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 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사람책 도서관을 열람하며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관과 삶을 듣는 것과 동시에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어떤 키워드로 정리할 것인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 나의 자서전 만들기(내 성장과정을 돌아보는 삶의 keyword), 또래 친구들로부터 듣는 삶의 이야기(공감과 경험전수), 어른 사람책으로 관심 확대 

 

② 멘토여행
- 멘토여행은 청소년 아이들이 현재 자신의 고민거리와 질문을 갖고 멘토와 만나는 공부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고민과 질문을 매개로 멘토와 만납니다. 그렇지만 질문만 갖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주가 아니라, 멘토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느끼고 배운 것을 자기 삶과 연결시켜보는 과정이 멘토여행의 큰 배움입니다.
- 처음 만나는 멘토가 아닌 볍씨에서 함께 지내온 삼촌, 이모들이 멘토 구성.
- 그 외에도 관심주제가 같은 친구들이 함께 외부의 멘토들을 만남(진로모둠, 채식모둠, 동물권익단체카라모둠 등)

 

③ 마을학교
- 마을학교는 관심 있는 영역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서 몸으로 경험하는 배움입니다. 직업보다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삶을 살까’에 대해 고민이 중심이며, 마을학교를 통해 다른 이의 시각으로 나를 들여다볼 수도 있습니다.
- 관심 있거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를 뽑고, 주제와 관련된 기관, 단체, 사람을 찾아 섭외하고, 마을학교로 정해진 곳에 가서 실무자와 같은 일정으로 움직입니다.
- 활동에 대한 평가를 같이 일한 실무자와 같이 합니다.

 

 

(4) 청소년 주제여행

여행은 하루 삶의 전체를 온전히 자기 배움으로 꾸려나가는 과정입니다. 볍씨학교 청소년 과정에서 여행은 길찾기 과정의 전 배움이 됩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4가지 여행 원칙을 갖고 아이들 주도로 주제 여행이 꾸려집니다.

 

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공부가 될 수 있는 현장에 찾아간다.

② 현장에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만남을 통해 배움을 갖는다.

③ 화석연료 사용과 편의를 위한 소비는 최대한 줄인다.

④ 여행 준비에서부터 실행과 마무리까지 우리들이 직접 꾸려 나간다.

- 2019년에는 상주 생명농업 농활, 정읍-광주 역사기행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 한 학기에 보통 4박5일, 2박3일 여행, 두 차례씩을 다녀옵니다.

 

 

(5) 1년 흐름 (2019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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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청소년 과정 한 주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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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와 셈 : 수준별 모임.

* 모든 수업은 자신의 선택으로 진행

* 4시반 이후의 수업은 동아리 수업으로, 외부 강사 선생님들을 모셔서 진행

* 책읽기 : 볍씨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일상에서 배우는 것을 인문학으로 정리하는 시간
               핵심 요약하기와 생각정리하기를 연습한다.

* 살림 : 옷살림, 밥살림, 집살림의 각 영역을 주제수업이나 일감, 모임으로 구성하여 진행

* 특강 : 다양한 주제로 전문가와 활동가를 만나 강의를 듣는다.
            (그린뉴딜, 동양철학, 기후행동, 맞춤법, 컴퓨터 기초 등)

* 글쓰기 : 다양한 형식과 목적에 따른 글쓰기, 자기성찰, 한 주 돌아보기, 마인드맵, 공부정리 등

* 일과 살림 : 끈기 있게 해서 완성하는 경험. 그 경험을 성취, 자신감으로 가져가는 것이 목적.
                   몸을 많이 움직이기. 옆 사람하고 호흡을 맞추기.

 

   ※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대외활동 및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는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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