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을 푸는 고리 - 자기 성찰과 수련
작성자 : 윤재향 | 등록일 : 2021-08-23 14:33:19 | 조회수 402

 ‘나’ 가꾸기 : 자기 성찰과 수련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더욱 자유롭게 자기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의 시작입니다.”

 

광명YMCA와 볍씨학교의 교육이념은 생명이 소중한 세상, 생명이 자유로운 세상입니다. 나와 더불어 다른 생명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들어있지요. 이러한 바람은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서 담겨 있습니다.

볍씨학교의 아이들이 자유로운 생명으로 자라날 수 있는 바탕에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깊은 탐색이 있다고 믿습니다. 자유와 자기성찰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규제와 억압이 없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유’라는 말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하고 싶지 않은 것은 굳이 하지 않아도 돼.”

“싫은 것을 억지로 해야 할 필요는 없어.”

‘자유롭다’는 말에 잘 맞는 말들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볍씨학교에서 바라고 얘기하는 자유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는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자유를 뜻합니다. ‘속박하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볍씨학교의 생활은 언뜻 자유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학교에 들어와서 생활하다 보면 하지 말라는 것은 왜 이렇게 많은지, 자발성과 주체성을 존중한다는 학교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을(때로는 부모님들까지) 구속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우리는 보다 넒은 의미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자유’라는 말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을 합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봅니다.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얼핏 보기에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일을 도모함에 있어 외부에서 오는 걸림이 많은 것 같지만, 진짜 걸림은 자기 안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각자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은 다르지요. 누군가는 새로운 것이 두렵고, 누군가는 익숙한 것이 싫습니다. 또 누군가는 실패가 두렵고, 누군가는 관계를 어렵게 생각합니다. 각자의 고비는 결국 각자의 한계입니다. 한계를 넘어 마음껏 자기 뜻을 펼쳐낼 수 있으려면 자기 안의 걸림돌을 넘어서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이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기 안을 들여다보도록 합니다. 각자 어느 지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확인해야 그것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어떤 경우에는 고비를 고비로 느끼지도 못하고 ‘그저 싫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고비 또는 한계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납니다. 화를 낼 때, 책임을 회피할 때, 일을 할 때, 또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이것을 갈등상황이라고 본다면, 갈등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어떤 감정에 휩싸여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의 뿌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찾아보는 것이 그 다음 단계입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자기감정과 말, 행동을 짚어보면서 반복되는 유형을 확인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하고 있구나!’, ‘안 그래도 되는데’

갈등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게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이제는 바꾸어볼 차례이지요.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더 좋을까?’ 나와 다른 사람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혼자서 해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버릇처럼 나오는 말과 행동을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지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가며 자기를 들여다보는 것이지요. 도움은 교사에게서 오기도 하고, 친구들에게서 오기도 합니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일러주는 거예요. 스스로 감정에 휩싸여 있으면 자기 자신을 알아차릴 수 없으니까요. 주변에서 친구들이나 교사가 “너 방금 이렇게 했잖아.” 라고 말해주면 그 때 다시, “아, 내가 그랬구나.”하면서 한 발 떨어진 눈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지요. 이렇게 보면 자기 성찰은 결국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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