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을 푸는 고리 - 지역학교
작성자 : 윤재향 | 등록일 : 2021-08-23 14:34:49 | 조회수 428

볍씨, 지역학교를 꿈꾸다

 

볍씨학교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설명은 지역학교를 꿈꾼다는 말입니다. 볍씨학교는 생협 활동을 하면서 지역과 교육을 고민하던 광명YMCA 회원들이 참된 교육을 꿈꾸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2013년도 터다지기 한마당의 주제는 “조선팔도에 놀지 못하는 아이가 없도록 하라.”였습니다(터다지기는 매년 주제와 목적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볍씨학교의 가족들의 잔치이자 볍씨터전을 위한 행사입니다). 볍씨학교 뿐만 아니라 지역의 아이들과 시민들을 위한 놀이와 축제를 열었습니다. 볍씨학교의 터전은 볍씨라는 울타리 안이 아닌 지역과 함께 소통하면서 확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말해서 볍씨학교의 부모님들은 내 아이만의 부모가 아니라 지역의 모든 아이들을 위한 부모, 그러면서 지역의 건강한 시민인 부모가 되고자 하는 의미의 ‘사회적 부모’를 꿈꾸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볍씨학교가 지역학교를 꿈꾼다는 것은 비단 시작의 역사만이 아니라 현재의 노력인 것입니다.

그럼 볍씨학교의 교사와 아이들 그리고 볍씨학교의 교육내용은 어떨까요? 광명시라는 지역에서 책임 있는 한 시민으로서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볍씨학교에는 지역에 대한 배움 내용이 교육과정의 중요한 부분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지역을 교육과정으로

 

저학년 친구들은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동네탐방을 합니다. 내 친구가 자주 노는 놀이터가 어디인지 가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파는 상점을 소개도 하다보면 평범했던 마을에 새로운 이야기가 담깁니다. 또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역 기관들을 돌아다니기도 하며, 공원이며 들과 산으로 다니며 마을 곳곳을 내 집 앞마당인 것처럼 뛰어다니며 놉니다.

고학년 친구들은 지역에서 여러 일들을 하고 계시는 분들을 만나서 그 분들의 삶의 이야기나 활동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또한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공연도 관람하고 공연에 직접 참여해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지역사람들과 나누기도 합니다.

청소년 과정의 친구들에게는 학교라는 배움이 틀이 너무나 좁다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가 아닌 지역과 세상을 배움터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좋은 멘토로서의 역할을 해주시기도 하고,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강의와 행사에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배움을 확장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인권에 대한 배움을 진행하는 것보다 장애에 대한 이슈를 장애를 가진 분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고, 여성과 노인의 이슈를 다양한 연령과 경험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더욱 생생하게 배우기도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리는 교육기본권 운동을 직접 나서서 지역에서 펼치는 등의 미래만이 아닌 현재의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의 활동도 해나가고 있습니다.

볍씨에서는 아이들의 배움이 지역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열심히 배우고 만든 요리로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께 점심 대접을 하고. 우리가 배운 음악을 잘 구성해서 동네 어린이집, 노인정, 복지관 등에 찾아가 공연을 하고 함께 즐깁니다. 우리가 배운 것들을 지역에 펼쳐내면서 함께 살아가고자 합니다. 우리의 배움이 단순히 나 자신, 우리만을 위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몸으로 익히길 원합니다.

그래서 볍씨의 모든 교육과정은 여러 가지 형태로 지역과 함께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일꾼으로

 

이렇게 마을에서 자란 볍씨의 졸업생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랑스럽게도 볍씨를 졸업한 18살부터 20살 초반의 친구들 중 몇 명은 <언니에게 한 수 배우다>라는 청년사업단을 꾸려 몇 년 간 광명시에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마을에서 배운 것들을 다시 마을에서 나누며 일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지요. 2014년 7월에는 광명에서 국제민주교육한마당(IDEC)을 기획하고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에서 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 교사이자 지역활동가로

 

볍씨의 교사는 광명YMCA의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사가 광명시의 건강한 시민으로서 활동하는 삶을 살고 그것을 아이들과 나누는 것, 그 안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리라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안학교에서 교사를 하는 것은 더 좋은 교육, 더 좋은 세상을 위한 ‘교육운동’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학 때가 되면, [찾아가는 볍씨]와 [계절학교]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아이들을 만나고 있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지역의 활동들에 참여하고, 지역 이슈에 관심 가지며 우리의 역량을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대안교육은 다양한 아이들의 다양한 강점을 발견해내는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다양한 강점을 살려내는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 배움터가 되어야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자라는 지역이 건강해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볍씨학교가 학교라는 이름의 또 하나의 고립된 섬이 아닌 지역과 소통하는 열려있는 지역학교가 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바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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