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광명YMCA-팔당생명살림 제철꾸러미를 왜 하시나요?
작성자 : 권혁미 | 등록일 : 2017-09-10 18:12:27 | 조회수 99

팔당 이홍건 선생님은 글을 잘 쓰십니다. 아니라고 하셔도, 잘 쓰십니다. 함께 농사 지으며 메주도 만드시는 전정임 선생님과 슬하에 아롱이다롱이, 선생님 포도가 맛있다고 추임새 넣어주는 자녀분들 덕일까요. 95년 어느 봄 농약으로 논의 메뚜기를 없앴던 시절, 논과 붙어 있는 앞집 빨랫줄에 널린 하얀 아기 옷을 보고 차마 약을 못 주고 돌아 나오셨다는 제철 꾸러미 편지를 저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메밀순은 어떻게 먹나(꽃 구경 잘했습니다~.) 조리법을 찾아 보고는 금방 대쳐 삶았는데, 8살 딸아이가 참견을 합니다. 버무려 보니 메밀에는 특유의 전분이 느껴지는지라 나도 해보고 싶은데… 똥고집에 밀려났습니다.

“천연라텍스 장갑(손) 빡빡 닦고 버무려도 돼.”

“싫어! 난 요리사야!”

“간은 니가 봐봐. 어때? 더 넣어야 해?”

“맛있어.”

“간이 맛있긴 해? 왜 자꾸 먹어? 너, 언제 시금치 빼고 나물은 싫다며~.”

“아니.”

“…실은 이거 팔당 선생님이 주신 거다.”

“아, 그런 거야?”

두 세끼 먹을 수 있는 분량의 반찬인데, 8살 아이 특유의 ‘꽂힘 도로롱 현상(아시죠~?)’으로, 간 본다고 한 네 숟가락은 먹은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은 저희 집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한창 고기~ 고기~를 외치며 얼마 전엔 강원도 횡성에 가서 기염을 토하고 온 친구네 남매도 “선생님이 기르신 거야, 먹어-“ 하면 젓가락이 그래도 바로 접시로 가 준다네요.

일전에도 잠깐 썼지만 제 꿈은 아이와 함께 밭일을 하고, 함께 요리하고, 빨래를 개는 것입니다. 저나 아이가 전업 농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농사짓는 분은 정말 하늘이 내셔야 하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밭일 하면서 아이와 느끼고 얘기 할 것이 하도 많아서, 도시에서 사교육 안 시키고 이런 게 사교육이니라~하고 같이 하고 싶습니다. 그랬더니 농장에 동행한 형부가 웃습니다.

“옛날에야 안 하면 때리고, 밥 안주고 했으니까 했지, 요즘 애들이 밭일을 하나?”

이제 8살된 딸은 슬금슬금 농장에 딸린 수영장에 적응했습니다. 그런데요, 작년에 왔을 때는 엄마 옆에서 떨어질 줄도 모르더니, 지금은 어른들이 새벽에 밭일 시작해서 아침을 맞으면, 울지도 않고 언니 오빠 쭈르르 따라 나와 <아침 참>을 가로채러 밭으로 나옵니다.

저도 20대엔 된장녀였고 차도녀였는데, 어릴 적처럼 재래식 화장실에 똥 누고 이슬에 엉덩이 젖으며 밭 매고 싶어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처럼 하루 농활을 좋아하는 가정이 너무 많아져도 곤란하겠지만, 도시에 갇혀 소비자로서 “대체 나는 왜” 라는 생각이 들 때, 사람에게 묻고 악수해서가 아니라, 흙에게 묻고 악수했을 때, 쿵쾅쿵쾅 답해 준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심장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제철꾸러미를 왜 하시나요?

(“기도하는 한 사람이 기도하지 않는 한 민족보다 강하다.”-John Kn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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