樹牛島의 아이들...
작성자 : 이용우 | 등록일 : 2003-08-25 15:39:33 | 조회수 4224

..  지난 22-24일 직원연수를 다녀왔다

장소는 남해안의 작은 섬 수우도.
사천에서 배타고 40여분 거리에 있는 이 섬에
y직원의 아버님이 분교장으로 계신다.

배에서 내리자
우리 일행 주변으로 두 아이가 쭈빗거렸다.
2학년쯤과 6살 가량의 사내아이 둘.
강아지 처럼 우리 일행을 따라 숙소인 분교로 들어왔다.
학생 3명, 두칸 교실, 자그만 운동장,동백나무 울타리
그리고 여지없는 이승복 동상
짐을 풀었고
아이들은 역시 우리 주변을 맴돈다.

"축구할까?"
"..."
"너는 저 아저씨하고, 너는 나하고 편먹기다"

엉거주춤하기에 볼을 찼다.
구르는 공따라 아이들도 움직였고
이겨야 했기에 꾹다물었던 입에서
"쉐꺄 이쪽으로 도,저쪽으로 도"
야.생.의.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5:4로 겜이 끝난뒤 작은 아이가 먼저와서 묻는다
"어데서 왔어예?"
"응. 어디같나?"
"서울 예"
그렇게 등목을 하면서 첫만남을 가졌고

다음날 아침 수영장으로 가는 길에 또 아이들이 졸레거렸다.
역시 경계하면서도 첫날의 어색함은 아닌듯
"어데가예?"
"같이 갈라나? 수영하러 간다는데.."
"..."
"왜?"
"할아버지 목욕시켜야되요"
그렇게 그날도 그렇게 보내고
저녁때 분교장 선생님과의 술자리에서 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들을 들었다.
할아버지는 중풍, 할머니와 산단다. 큰 아이는 친손자 작은 아이는 외손자, 큰 아이 아빠는 배타고 바다로 나갔고, 엄마는 바람나서 도망가고 작은아이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아이들을 할머니께 맡기고 육지로 갔고...

마지막 날 아침
아무 생각없이 귀경행 배를 타러 나오는데
뒷쪽 멀리서 쭈빗거리는 작은 그림자들이 보였다
이리 오라고 했더니 어느 정도에서 더 이상 오려고 하지 않는다
다가갔다
배를 툭 치면서
"잘있어라"
"....."
"간다"
"...."
"잘 있거라"

큰 아이가 갑자기 주머니를 뒤지더니 뭔가를 꺼낸다

"자요 잡수소"

... 주먹만한 감자 한알
... 난나의 모습(정채봉의 '초승달과 밤배'중)

물거품을 일며 부두를 떠나는 배안에서
주머니 안에 감자를 만졌더니
따스하다.
껍데기를 까지 않고 입에 물었더니
뭔가 껄적지근하게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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