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삶으로의 마임여행' 중에서...
작성자 : 이현경 | 등록일 : 2003-04-18 23:18:53 | 조회수 4227
볼펜 한 자루
활을 쏩니다.
볼펜 한 자루
꽃이 핍니다.
볼펜 한 자루
바느질을 합니다.
볼펜 한 자루
돋보기를 봅니다.
볼펜 한자루
기차바퀴의 축이 됩니다.
볼펜 한 자루만 있으면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손이 있고 발이 있고 몸이 있다면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우리네 마음만 있다면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볼펜 한 자루는
글씨를 쓰기위해서만 필요하고
언제부터인가 우리네 마음은
글씨를 쓰기에만 만족했습니다.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이 보입니다.
귀를 열면 들리지 않는 세상이 들립니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면서
더 많고 더 좁은 곳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진정으로 마음에 귀기울이고
진정으로 마음을 들여다보려면
눈을 감고 침묵해야 합니다.

하루를 걷기에도 부족해서
뛰고 뛰고 또 뛰어갑니다.
뛰던 걸음 멈추고 가만히 둘러보면
살아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살아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살아갈 소리를 듣게 됩니다.

블럭하나로..
자동차를 만들어 자동차를 타고
사진기를 만들어 사진을 찌고
의자를 만들어 식사를 하고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
집을 만들어 잠을 자던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고작 정리정돈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였습니다.

우리네 아이들이
우리네 어른들의 마음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내 삶의 이유를
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서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들에게서
정작 지켜주어야 할 것을 빼앗지 말고
정작 필요한 것을 무시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볼펜 한 자루속에
내 삶이 있었습니다.

- 부모교육 "삶으로의 마임여행'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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