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
작성자 : 경은균 | 등록일 : 2003-03-13 16:19:03 | 조회수 4716
“사는 것 자체에 감사…같이 활동하실래요?”


  

학원의 수학 강사인 현병철(30)씨는 일요일이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서울아산병원과 고대안암병원의 소아암 병동 둘 중 한군데가 목적지다. 나이 서른의 사내가 어린이 암병동에 웬일일까. 사이버카페 ‘해바라기의 꿈’( http://cafe.daum.net/knotman)의 ‘쥔’으로서다.

‘꿈’ 회원은 주로 대학생이며 260여명, 활동회원은 서른 명쯤 된다. 일요일은 온라인 회원들이 맨얼굴로 만나는 날. 그들은 소아암 병동에서 오전 10시부터 세 시간 정도 율동하고, 노래하고, 지점토 만들기도 하면서 즐겁게 논다. 어린이 암환자들과 함께. 그러나 감기 걸린 사람은 예외없이 활동 금지다. 아이들에게 전염이라도 되면 치명적인 탓이다.

“아이들 눈이 얼마나 초롱초롱한지 몰라요. 봉사한다기보다는 함께 놀다 오는 거죠.” 현씨는 봉사활동이라는 말을 피했다.

세 해전 안면있는 바텐더와 이야기하다가, 밤에는 칵테일을 만들지만 낮에는 봉사활동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이 창피하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 뒤 백혈병어린이 걷기대회 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아픈 아이들한테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01년 인터넷동아리 ‘별을 가꾸는 사람들’ 소모임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회원이 불면서 작년 7월 ‘해바라기의 꿈’으로 딴 살림을 차렸다.

백혈병 아이들은 오랫동안, 그것도 사실상 격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탓에 부모 의사 간호사 외에는 친구가 없다. 유치원 초등학교 등 정규교육은 엄두도 못내는 아이들에게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선생님이 되어 창백한 형광빛이 아닌 초록빛 꿈을 전해 주는 것. 그래서 정이 쉽게, 게다가 흠뻑 든다. 골수이식 수술이 있는 날에는 회원들이 혈소판 헌혈을 팔을 걷는 것도 그런 탓이다.

늘 즐겁기만 할까. 만나던 아이가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했다. “이태전이었어요. 일주일 전에 함께 만든 모자이크를 코팅해서 선물하려고 찾아가 보니 몇 시간 전에 ‘딴데’로 갔다고 하더군요”라며 현씨는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신입회원들이 이런 경험을 하면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 다독이는 것은 모임 맏형인 그의 몫이다.

1만원의 연회비로 놀이 재료비를 대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해 지난해 말에는 일일 호프집을 열기도 했다. 내달 5일은 간호사와 동행해 완치단계의 아이들과 김밥을 싸들고 능동 어린이대공원으로 나들이를 할 계획이다.

“더 열심히 살게 돼요. 사는 것 자체가 고마운 거죠.” 그리고는 덧붙였다. “같이 활동하지 않으실래요”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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