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반 화현이가 쓰고 그린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위한 릴레이 만화
작성자 : 김민중 | 등록일 : 2017-11-29 14:24:56 | 조회수 70

[4~5학년 가정통신문에는 제주도 풀잎반의 하루나눔 글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제주 제2공항 반대 릴레이 만화에 참여한 화현이의 글이 올라왔어요. 참 예쁘고 화려하게 꾸며서 보내줬는데, 신문에 싣기가 힘들어 글만 옮겼습니다. 글도 감동적이지만 그냥 묻어두기에는 원본이 너무 아까워서 홈페이지에 올려서 볍씨식구들과 나눕니다.]

 

혹시나 원본글이 잘 안 보이는 분들은 맨 아래의 글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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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볍씨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올해 3월에 도시에서 내려와, 작고 예쁜 마을 선흘에서 살고 있어요. 저희 가족은 제주도에 자주 놀러왔어요. 관광을 위해 왔었죠. 어릴 때에는 여러 박물관과 테마파크를 놀러 다녔어요. 관광책자를 보고 차를 타고 여기저기를 다녔어요. 듣기만 해도 설레는 곳들을요. 조금 커서는 예쁜 카페들과 기념품샵을 돌아다녔구요. 작년에 엄마와 여행을 왔는데 제주에 있는 예쁜 카페들은 전부 가본 것 같아요. 평소와 다르게 차려입고 바다에서, 카페에서 사진 찍고 놀았지요. 드라마에 나왔다는 유명한 카페, 유명지와 맛집에 찾아다녔어요. 상상만 해도 즐겁잖아요. 나에게 제주는 반짝이고 화려한 곳이었죠.

 

그리고 지금 제주에 살고 있어요. 관광하러 온 게 아니라, 마을 일원이 되어 살고 있어요. 돌담이 잘 쌓여있는 좁은 마을길 안쪽으로 들어오면 작은 학교가 있답니다. 그 때 여행 왔던 제주와 지금 살고 있는 제주는 달라요. 제주는 참 아름다운 곳이에요. 하루하루 볼 때마다 예뻤어요. 새벽에 달리기하러 나와 신발끈을 묶고 보는 하늘은 매일 놀라웠어요. 느낌이, 기분이, 구름의 모양이, 색깔이, 온도가 언제나 다른데, 언제나 새롭고 예뻐요. 마을길은 또 얼마나 예쁜데요. 작은 돌담이 쫙 늘어서 있는 길을 지나면, 마을 삼촌들이 반갑게 인사해주셔요.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죠. 밤에는 도시에선 볼 수 없는 빛나는 별을 보고요. 열심히 농사하고 밭에서 해지는 걸 바라보는 기분은 정말로 소중해요. 그 평화롭고 행복한 마을에 살며 ‘제주가 참 아름다운 곳이구나~’를 느꼈어요.

 

그러나 그 예쁜 제주에 아픈 일들이 많더군요. 아주 예전부터 빼앗기고, 지배당하고, 학살당하던 섬. 일본에게 빼앗기고, 미국에게 지배당한 역사를 알게 되고, 4․3을, 강정에 해군기지를, 여러 끔찍하고 아픈 일을 알게 되었어요. 너무나도 무서웠어요. 어떻게 사람들이 이럴 수 있지 싶고, 원망스럽더라구요.

 

그런데 어떤 분의 ‘지금 제주는 돈 많은 자들의 것, 관광객들의 것이 되어버렸어’라는 말에 심장이 철렁했어요. 맞아요. 정말로 제주가 관광객의 섬이 되었어요. 그 때와 지금이 다를 게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요. 자연은, 주민들은 관광객에게, 돈 많은 사람에게 전부 빼앗겨버렸어요. 도로에는 렌터카가 넘치고, 주민들보다 많은 수의 관광객들, 밤을 밝히는 호텔 불빛들, 여기저기 보이는 관광표지판까지. 우리 마을 동백동산에 사파리 월드가, 성산에 제2공항이, 서귀포에 거대한 테마파크를 짓는대요. 제주 곳곳이 그저 유명지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나는 그게 너무 무서웠어요. 왜냐면 그것들 모두 내가 해왔고, 바랬고, 동경하고, 멋있다고 느꼈던 것이거든요. 전에 나는 제주의 자연에 관심이 없었어요. 유명하다는 카페만 찾아다니고 사람 많고 멋있는 곳들에 다녔어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돈 쓰고 놀러 다녔던 내가 생각났어요. 소름끼쳤어요. 내가 제주를 빼앗았던 사람들과 다를 게 뭐지 싶었어요. 그 사람들이 너무 원망스럽고 무서웠는데 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싶은 거예요. 지금까지 주민들의 삶은 생각하지도 않았고, 이게 자연에게 피해가 갈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거든요.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제주에 놀러 와요. 나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무 생각 없이 제주에 놀러왔지만 그게 어떤 건지 이제 다 알아요. 점점 개발되고, 자연이 죽고, 더 많은 관광객들을 받는다고 공항을 짓는대요. 한 사람의 일상과 삶이 무너질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삼촌들이 농사지을 땅이 없어지고, 이웃들과 사이가 멀어지고, 제주가 쓰레기 섬, 관광의 섬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어쩌면 그게 그저 높은 사람들, 돈 많은 사람들만의 탓이 아닐지도 몰라요. 아무 생각 없이 제주에 관광 오는 사람들이, 내가 만들어낸 것이겠지요.

 

나는 이곳에 살면서 이 아름다운 제주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반짝이는 카페보다 숲이 더 예쁘고, 겉멋만 잔뜩 든 호텔보다 마을 삼촌들이 더 좋거든요. 이유가 필요할까요? 그냥 너무 예쁘고 소중하니까. 이 마을이, 사람이, 자연이 함께 살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래서 저는 다짐해요. 다시는 관광을 위해 제주에 오지 않을 거예요. 여전히 예쁘게 차려입은 언니들이 놀러 다니는 거 보면 부러울 때도 있어요. 그치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게 뭔지 알아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줄 거예요. “왜 제주에 관광하러 와야 하나요? 그냥 숲의, 자연의 것으로 남겨둘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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