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들살림 후기 _ 6-2번 야영버스
작성자 : 김동희 | 등록일 : 2018-06-14 02:20:44 | 조회수 4442

6-2번 야영버스, 출발합니다.

[단하, 예성, 윤승호, 지완, 지성, 윤지, 정언, 동주, 지훈, 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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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번 야영버스? 그 이름의 유래]

 무려 두 번의 모임과 끈질긴 설득을 거쳐 결정된 이름, [6-2번 야영버스]. 첫 모임시간에 동주의 ‘야영의 달인’과 윤지의 ‘6-2’가 최종후보로 올랐다. 야영의 달인은 알겠는데, 왜 6-2인고 하니, 우선 자치들살림 모둠을 짜는 방식을 알아보자.  4-5학년과 1-3학년이 각각 여섯 모둠을 짜서 모인 후 사랑의 작대기처럼 연결한다. 그 때 당시 4-5학년이 6모둠, 1-3학년이 2모둠이었기 때문에 6-2라는 이름이 나왔다. 다시 모임으로 돌아가서, 두 가지 의견에 손을 들어 수를 세보자는 의견이 나온다. 5:5라는 팽팽한 결과가 나왔고, 설득에 넘어가지 않아 결국 다른 논의는 전혀 하지 못한 채 다음시간으로 넘어간다. 두 번째 모임에서도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역할과 식단, 프로그램 등 모여서 이야기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더 이상 지체되어선 안 된다. 두 이름을 합쳐보자는 교사의 제안에 동주가 잽싸게 6-2번 야영버스를 제안한다.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를 치는 동생들 사이에 윤승호가 묵묵히 앉아있다. 거수결과는 9:1 동생들과 언니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마음을 승호 덕분에 6-2번 야영버스로 결정된다.

 

[아쉬운 지완이의 부상]

 지난 체력장에서 부상을 당한 지완이는 몇 주 동안 통깁스를 하고 다녔다. 자치들살림이 시작되기 직전 깁스를 풀었고 자치들살림 참여가 어렵다는 연락을 받는다. 함께 모여 역할과 준비물, 그리고 공포체험 준비와 진행까지 맡았던 지완이의 불참 소식에 다들 아쉬움을 표현했다. 지완이는 집에서 우리샘과의 약속을 지키며 긴 시간 알차게 보냈으리라 믿는다. 

 

[떠나자 야영장으로! _ 가장 힘들었던 첫날]

 3박 4일을 돌아보는 마지막 날, 아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첫 날이 가장 힘들었어요. 만한 가방에 침낭, 거기에 작은 가방까지 싸들고 야영장에 도착한 아이들은 환호와 함께 야영장 입구에 퍼질러 앉는다. 야영장 2년차인 아이들은 첫날 해야 할 일과 순서를 알고 있다. 수레를 가져와 모둠 짐과 식재료, 공동짐까지 차곡차곡 쌓아서 올라간다. 자치들살림 1년차인 단하, 예성이 지훈이도 함께 힘을 보탠다. 모둠텐트에 도착한 아이들은 개인짐을 정리하고 부탄가스와 얼음을 받아온다. 반찬을 꺼내 아이스박스에 넣고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단 몇 줄에 서술한 이 일들은 참으로 느긋하게 진행된다. 할 일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행하기까지 시간이 참 길다. ‘자치’들살림이지만 교사의 잔소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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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요리사! _ 가장 맛있는 시간]

 자치들살림의 일상은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놀고, 먹고, 자기. 이 쉽고도 어려운 세 가지를 스스로 챙기는 것이 자치들살림의 시작과 끝이다. 그 중 많이 애를 쓰는 것이 바로 삼시세끼 밥차려 먹는 일이다. 떠나기 전부터 무엇을 먹을지, 필요한 재료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쓴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쓰고 기대와 만족도 함께 따라온다.

 3박 4일 동안 밥지기 정언이와 승호가 매 끼니 맛있게 밥을 했다. 밥하는 방법을 첫날 한번 알려주니 알아서 척척 한다. 쌀을 씻어 앉히고 밥물을 끓어 오르면 약불로 줄이고 시계와 불을 번갈아 들여다본다.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교사 없이도 알아서 밥을 척척하는 승호와 정언이의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동주와 정언], [예성이, 윤지, 지훈이] [단하, 승호, 지성] 이렇게 세 모둠으로 나뉘어 요리를 했다. 첫 개시는 지성이의 간판메뉴, 두부조림이었다. 작년 큰생태반에서 큰 호응을 얻어 요리에 자신감이 넘치는 지성이는 단하와 승호의 도움을 받아 이번 두부조림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요리실력을 인정을 받은 지성이는 다른 모둠이 요리를 할 때면 달려와 큰일, 작은일 마다하지 않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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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고 놀지? _ 오늘도 잘 놀았다.]

 참 잘 놀았다. 그 넓은 야영장에 계곡이 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하다. 아이들은 제 할 일만 끝났다 하면 계곡으로 몰려간다. 너나 할 것 없이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첨벙 들어가 올챙이를 잡고 돌을 튀기며 물에 흠뻑 빠져 놀았다. 어디서 주어왔는지 사람들이 버린 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하나씩 가지고 와 잡은 올챙이들을 넣어 놓는다. 실컷 놀고 돌아온 아이들은 ‘옷이 젖었어요, 신발이 젖었어요.’ 꿍시렁 거리지만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열심히 계곡에 들어간다. 둘째 날부터 두 신발이 젖은 단하는 신발 말리기 바쁘다. 잡은 올챙이들은 상에 올려놓고 한참을 구경하는 아이들. ‘나중에 계곡에 풀어줄거에요.’ 교사 말하기도 전에 아이들은 어떻게 생명을 대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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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열리는 클럽, 6-2클럽]

 저녁을 일찍 먹은 날은 샤워장이 열리는 시간을 기다리며 여유를 가진다. 날이 어둑해질 쯤 텐트 안이 소란스럽다. 아이들이 클럽을 열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들어보았지만 정확히 클럽이라고 한다. 이끄는 동주와 옆에서 어마어마한 목소리와 에너지를 내뿜는 윤지를 필두로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며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논다. 짐을 가지러 텐트 지퍼를 여는 순간 안경에 김이 훅 맺힌다. 열기가 대단하다. 너무 늦은 시간엔 교사의 제지가 있었지만 클럽은 매일 밤 열렸다. 마지막 날 아쉬움과 궁금함을 못참고 들어가 보니 그 좁은 텐트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두가 손전등을 하나씩 들고 날뛰고 있다. 교사도 함께 날뛰고 6-2 클럽은 문을 닫았다.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몸을 쓰고, 함께 뛰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다. 덕분에 참 잘 놀았다.

 

[4-5학년. 그리고 모둠장]

 같은 자치들살림이지만 학년마다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1학년 동생들은 엄마, 아빠와 떨어져 지내며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제 일이라면 4,5학년은 자신의 할 일을 포함해 동생들까지 챙겨야 하는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에 처음 자치들살림을 경험한 지훈이는 언니 역할을 톡톡히 했다. 3학년인 승호는 어느 정도 제 할 일을 찾아 했기에 지훈이는 같은 텐트에 지내는 동생 예성이를 챙겨줬다. 어디선가 예성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왔던 지훈이. 무거운 물을 들어주거나 예성이가 모르는 것, 해야 할 일을 찬찬히 알려준다.

 셋째 날 아침, 동주가 말을 꺼낸다. 어제 밤 4학년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숨을 내뱉는다. 동주의 모둠장 역할을 정언이가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정언이가 단하를 챙기고, 수돗가 청소와 뒷정리 등 모둠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 한 것을 보고 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자치들살림이 마치기 전에 한번 동주에게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일은 일어났다.

 떡볶이가 메뉴였던 셋째 날 점심, 다른 모둠 아이와 둘러앉기를 하느라 점심이 늦어져 예성이가 나를 찾아왔다. 먼저 밥을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러 온 예성이에게 떡볶이랑 밥만 남겨달라는 부탁을 하고 올려보냈다. 조금 늦어져 두시가 다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고 굶주린 배를 움켜지고 올라갔다. 2시면 뒷정리가 말끔하게 다 되고도 남을 시간이니 뚜껑 덮인 코펠만 남겨져 있을거란 예상을 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식탁위에 널부러진 요리도구들, 설거지 안된 그릇들, 그리고 떡이 없는 떡볶이 국물이였다. 예상 밖의 풍경에 텐트평상에 걸터 앉아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들을 불러 혼을 냈다. 그리고 모둠장인 동주를 따로 불러 모둠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라며 더 혼을 냈다. 긴장한 모습의 동주를 처음 마주하는 나는 당황했고, 혼냈던 이야기를 후기에 적을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이후 동주가 했던 말을 듣고나서 서로에게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둠장을 하고 싶어서 했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려웠어요.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정언이에게 미룬 것 같아 부끄러워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이번이 마지막 자치들살림이라 더 아쉬움이 커요.’ 동주의 자기성찰의 자세한 내용은 이후 홈페이지에 올라올 4-5학년 가정통신문에서 동주의 글을 찾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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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다, 1학년]

 자치들살림 성장목표가 ‘물건 잃어버리지 않기’ 였던 예성이. 거짓말 조금 보태 하루 일과의 절반은 랜턴과 수저를 찾는데 썼다. 여기저기 물건을 흘리고 찾지도 않는 언니들 보다 오히려 더 잘 챙겼다.

 언니들이 옆에서 열심히 제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예성이와 단하. 지금까지 자치들살림에서 만난 1학년들은 새벽 엄마와 아빠를 찾으며 눈물을 보였다. 자치들살림을 떠나기 전 예성이와 단하에게 작년 처음 자치들살림을 경험한 지성이가 매일 눈물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까르르 웃는 단하와 예성이, 정말 잘 지냈다. 바닥에 머리가 닿는 순간 잠드는 예성이와 울지 않고 언니들과 잘 잤던 단하. 내년 2학년 언니가 되어 동생들을 챙기며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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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잘 살았다. 6-2번 야영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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