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사를 다녀와서~
작성자 : 남명희 | 등록일 : 2018-10-21 23:54:31 | 조회수 4538
 제주학사를 3박 4일 동안 다녀왔습니다.. 제주학사를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과 제주학사를 궁금해하는 볍씨 가족들과 나누고 싶습니다.(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아이들의 생활이 감동적이어서 그 마음 나누려 합니다.)

 가을 들살이 기간을 이용해서 제주학사에 다녀왔습니다. 수욜 밤 11시에 도착한 학사는 예상과는 다르게 고요한 잠의 세계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틀동안 종일 아이들과 함께 집을 짓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생활을 했습니다. 
 내가 제주를 가게 된 것은 아이들이 짓고 있는 커뮤니티 센터와 기숙사의 일손이 부족하다는 샘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관절이 약하기에 돌을 쌓는 것에 대한 체력적 부담감도 있었고 저녁은 쾌적하고 편히 지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숙소에 대한 고민도 잠깐 했지만, 아이들의 생활을 함께 경험해보는 것이 말로만 듣고 분절적으로 보고 상상했던 것을 직접 확인하는 장이 되겠다 싶어서 학사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올 때 보니 걱정과는 다르게 너무도 편하게 지냈고, 몸도 안하던 일을 해서 오는 약간의 피로감 정도여서 좀 무안했습니다. 그래서 잘 다녀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광명에 올라온 다음 날 내내 마음이 울렁거렸습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말들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볍씨 가족들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지도 않은 글을 쓰게 되었구요.
  제주에서 내가 만난 아이들의 눈빛과 생활을 보며 우리는 왜 그렇게 제주에 보내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고민했을까 묻게 되었습니다. 또 고민하는 볍씨 부모들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왜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냈을까?" , "성공과 성장의 차이는 뭘까?", "아이들이 온 몸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열정처럼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진심으로 열정을 다해 보낸 시간들이 언제고 얼마나 될까?", “ 소수의 선택을 하면서도 우린 모든 것을 다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돌아보면 내가  대안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가지였고, 또 그 내용이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조금씩 덜고 보태지고 변했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세상에서 자신의 중심을 갖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막상 대안학교를 보내고 보니 잘한 선택이다 하면서도 한편으로 올라오는 불안이 있었습니다.  소수의 선택에서 오는 불안함이었습니다. 세상이 요구하는 학력, 일반학교 또래와의 소통과 다른 경험에서 오는 불이해, 사회에 대한 운동권적 시각에 대한 불편함 등등... 내 아이가 흔들리고 상처 받을까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주에서의 3박 4일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그 두려움이 가벼워지고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매일을 산 아이들은 어떤 어려움에서도 자신의 진심을 확인하고 믿으며 살아갈 수 있겠구나"란 문장이 제 마음에서 떠올랐습니다.

  아침 6:30분 더운 열기로 온 몸에서 김을 풀풀 내며 뛰어 들어오는 아이들의 가쁜 호흡은 하루를 온 몸으로 온전히 살아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비록 아이들이 그것을 의식하고 뛰는 것이 아닐지라도 온 몸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기에 진심으로 그러했습니다. 
   매일 아침 오늘 하루를 어떤 맘으로 살지를 확인하고, 해진 후에는 하루를 보내고 들었던 생각들, 질문들을 나누며 하루를 정리하고 새로운 내일을 다짐하는 생활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자기의 의지대로 살고 확인하고 세우는 순간들이었습니다. 그 시간들과 생각들, 다짐들이 아이들에게 깊이 각인되고 자기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중심이 어디인지를 찾고 확인하는 자양분이 될 꺼라 생각되었습니다.
 밥을 준비하고 먹으면서 자신에게 온 생명이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임을 고백하고 그것에 감사함으로 하루를 살겠다는 기도가 있는 식사시간.
 각자의 역할을 인지하고 그것에 최선을 다하지만 일이 벅찰 때는 주위에 도움을 청하고 감사히 받고 또 기꺼이 그것을 함께 하는 마음을 내는 공사현장에서의 배움. 상대방의 코멘트에 상처도 받지만 결국 그것을 자신의 성장으로 가져가는 지난하고 아픈 시간들. 그리고 그것을 함께 지켜봐 주고 도와주는 친구들과 선후배들, 그리고 선생님들.
그 하루를 그렇게 보낼 수 있고 그것이 1년 2년 3년..쌓인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수의 선택을 했기에 안을 수 밖에 없는 무게 속에서 때론 뒤척이고 힘들지라도 결국은 양심의 소리, 내면의 소리와 만나면서  잘 헤치며 살아갈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사회적 성공이 아니어도 그 안에서 충만하고 기쁘게 자기의 삶을 살 수 있겠구나란 생각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런 교육을 할 수 있음은 내 가족과 아이가 선택한 것이지만 또한 내 아이가 선택받은 것이라고도 봅니다. 역사는 서로 응해야 이루어지는 거니까요.  선택받아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몫이기에 깊이 고민하시고 기꺼이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본 제주의 생활은 단지 힘든 것만이 아닌
그 나이의 아이들이 자신의 열정을 꺼내고 확인하는 장이었습니다. 
자신을 의심하고 뒤척이고 고민하고 일상에서 실천하고 확인하는 시간을 통해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고 일상을 열정적으로 의식적으로 진심으로 사는 것을 실험해보는 연습의 과정이었습니다.
 아이의 영혼까지 살펴보시는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삶의 경험은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실제로 살아 있음으로 황홀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조셉 켐벨의 신화의 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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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영 2018-10-22 오후 1:59:36

    제가 대인교육을 선택한 이유를 다시한번 기억해볼 수 있는 글이네요. 
    또 제주학사를 고민하고 있는 부모이기도 하고요 
    명희언니의 글을 읽으니 잠시 용기가 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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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진 2018-10-22 오후 10:22:25

    잘 읽었습니다. 감사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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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금열 2018-10-26 오후 12:32:52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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