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선생님 절기 이야기 (하지)
작성자 : 김소연 | 등록일 : 2021-06-21 13:31:14 | 조회수 1424

하지의 의미는 ‘여름에 이르다’는 뜻인데요. 1년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며 낮의 길이가 하루 24시간 중 약 14시간 35분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길 줄이야?!!! 낮의 길이가 길어져서 이제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요.

 

우리나라는 주로 장마철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려서 그 전후인 하지 무렵까지는 가뭄이 계속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비가 많이 오는 해이긴 하지만요..그래서 수리시설이 부족했던 예전에는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비였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기우제를 지냈다고합니다. 이젠 이것도 옛말..

 

가뭄대비에 장마 대비까지 이때는 일년 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쁘답니다.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마늘 수확 및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늦콩 심기등등 나열하기 만해도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네요 ㅜ😞


4년전 이맘때 한살림에서 주최했던 농촌체험활동으로 처음 마주했던 누에들!! 생각보다 너무 크고 많아서 기겁😱을 했던...
여름철 일손이 부족해 장마에 비가 오는데도 땅속에 묻혀 있던 사돈댁 감자들을 구제하러 나섰다가 품삯으로 감자 두상자를 오지게 받아왔던 기억도 있구요~ 앉은뱅이 자세로 고추밭에 난 잡초를 한포기도 허락하지 않으리라 사생결단으로 눈에 쌍심을 켜고 밭을 깔끔하게 정리했던 기억도 있네요
인심좋은 농가에서 모내기를 망칠 수도 있는 도시가족들에게 논 한귀퉁이를 내주셔서 물컹물컹한 논에 들어가 직접 모도 심어보고 새참으로 막걸리도 알딸딸하게 마셨다지요~~
누군가의 생업앞에서 나는 단지 재미삼아 해본 체험으로만 여기지 않았나 돌아서는 마음이 못내 미안하고 죄송했어요..

 

이제 또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바로 하지음식이지요~
제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감자와 마늘~
소박한 이 음식들이 여름 제철음식인 이유가 있겠지요.
감자는 하지 감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때 수확한 감자 맛은 아주 일품이랍니다.
한 솥 가득 포슬포슬하게 쪄서 소쿠리에 내어놓고 뜨거운 김이 달아나길 기다렸던 감자!
밥이랑 같이 넣어 짓다가 다 되면 쏙쏙 파먹었던 감자!
긴 장마때 채썰어 기름 듬뿍 넣고 지져 먹었던 감자전!
말만 들어도 군침돌죠~
더불어 하지에 수확하는 마늘은 면역력을 높여주는 음식 중 하나인데요. 하지 이전에 나오는 마늘은 특히 연해서 장아찌를 담기에 좋아요. 장아찌를 잘 담지 않는 저도 여름엔 마늘장아찌를 담아 놓고 더운 날씨로 떨어진 입맛도 살리고 면역력도 높입답니다.

 

재밌는 하지속담으로 하지이야기는 마무리할께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해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는다고 해요
또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 해서 이 때 ‘감자천신한다’고 해요.
보리환갑! 감자환갑! 표현이 참 재밌어요.
요즘 환갑은 한창 먹고 놀 나이인데 🤣
어릴 때 밖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친구네서 밥도 못 얻어먹고 들어 오면 "너는 어디가서 밥도 천신 못하냐" 하고 구박했던 울엄마.. 늦은 시간까지 밥도 못 먹고 들어 온 자식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 시간 지어놓은 밥이 모두 동나서 난처하시기도 했겠죠.. 천신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만나니 너무 반가웠어요~
흘러 듣지 않았던 말들이 이렇게 다시 살아나 튀어나오니 허투루 무시하고 넘길만한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올 여름 여러분도 허투루 넘기지 말고 담을 수 있는 만큼 많이 담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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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은희 2021-06-22 오전 12:30:52

    내일 애들이 감자캔다고 하던데 읽어줘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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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수정 2021-06-25 오후 8:42:49

    먹을게 많아지면서 잘 안먹게 되던 '감자'..
    올 여름엔 부지런히 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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