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반 가을들살림 이야기 2 - 환선굴과 대금굴
작성자 : 이형광 | 등록일 : 2016-10-15 23:51:04 | 조회수 4095
  1. 환선굴과 대금굴

1) 또 올라가라고?

- 2016년 10월 11일 화요일 오전 11시 30분. 바다반 아이들은 환선굴 매표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매표를 하고 환선굴로 가야죠. 환선굴은 덕항산 고도 400미터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자, 올라가자~!!”

“선생님. 환선굴까지 얼마나 걸려요?”

“음... 40분 정도?”

“또 올라가요?”

이미 환선굴 매표소를 오기 전에 아이들은 첫 도보길 여행을 통해서 기진맥진 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계곡 물놀이를 통해 체력이 회복되더니 물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더욱 신기하게도 물놀이를 마치고 길을 나서니 다 죽어갑니다. 그리하여 힘들게 걷고 걸 어서 도착한 매표소. 근데 40분을... 근데 평지가 아닌 산길을 올라야 한다니 아이들의 탄식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아이들이 힘들다며 그만 바닥에 주저 앉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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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더 이상 못 간다!! 여기에 눕겠다!! 근데 어째 랑이와 윤재는 분위기가 이상하네...

 

2) 공포의 계단

- 그래도 환선굴로 향하는 산길은 나름 재미도 있고, 촛대바위를 비롯한 덕항산의 절경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20분 정도 오르다 점심 시간이 되어 도시락으로 원기를 보충하고, 약수 물을 만나 목도 축이고 힘내서 산을 오릅니다. 그러다가 남은 10여분 정도를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계단을 만났는데, 아이들은 이 계단을 훗날 공포의 계단이라 불렀습니다. 공포의 계단에서는 힘들다는 아이들 말도, 잠시 쉬었다 가자는 아이들의 제안을 다 무시했습니다. 그저 정신 없이 앞에서 이끌고 나가다 보니 어느새 공포의 계단이 다 끝나고 거대한 환선굴 입구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환선굴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이 바다반 아이들을 맞이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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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바위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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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는 윤승호의 체력~ 공포의 계단 선두도 항상 윤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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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선굴 포토존~~ 동굴 내 사진 촬영은 동굴자연을 훼손하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솔직히 환선굴 안에서 사진 2장 찍었어요.

 

3) 대금굴의 명과암

- 2016년 10월 12일 수요일. 아이들은 대금굴을 좋아했습니다. 환선굴과 달리 모노레일을 타고 굴 속에 들어가는 재미와 편리함이 큰 이유가 되었지요. 그리고 환선굴 보다 볼 것도 많고 동굴 내부가 깨끗했습니다. 반면 몇몇은 대금굴을 싫어하기도 했습니다. 이날은 일주일 중에 날씨가 가장 추웠던 날인데, 물이 많은 대금굴은 그 습기로 인해 꽤 쌀쌀했습니다. 동굴 내부가 춥고, 호수와 폭포가 많아서 몇몇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대금굴에서 빠져 나가기를 원하기도 했네요. 겁이 나면 어느새 교사 옆으로 와 손을 꼬옥~~~ 잡습니다. 그순간 얼마나 아이들이 귀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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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굴 입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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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굴 모노레일을 타기 전, 대금굴 영상을 보는 아이들. 화면에 영상만 나오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아이들. 평소 시끄럽던 바다반 아이들이 이 순간엔 얼마나 조용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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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

 

4) 덕항산을 오르다

2016년 10월 13일 목요일. 환선굴과 대금굴을 거쳐간 바다반 아이들! 이날은 이 두굴을 품고 있는 덕항산 등반을 합니다. 덕항산은 등산로가 있긴 하지만, 경사가 높고 길이 험한 편이라 환선굴이 보이는 전망대까지만 오르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경사가 높은지 등반 5분만에 숨이 차고 여기저기서 쉬었다 가자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지요. 잠시 후 등반을 위한 밧줄이 나오자, 아이들은 말 보다는 한 걸음씩 산을 오르는데 집중을 했습니다. 그것은 손과 발에 힘을 집중해서 오르지 않으면 쉽게 오를 수 없는 등반로이기 때문이지요. 또한 주변으로 보이는 산 낭떨어지가 아이들에게 긴장감과 절실함을 불러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안전과 길을 안내해야 하는 저도 과연 이 길을 아이들과 오를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두와 후미를 오가며 등반이 가능한 곳까지 천천히 움직였지요. 그런데 아이들은 몸으로 자신들의 공포와 힘의 한계를 조금씩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 등산로에 모험심이 생겨났고, 또한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제가 두 차례 하산을 제안 했지만, 아이들은 목표지점까지 가고 싶다고 더욱 열의를 불 태우네요. 산을 오르며 대금굴 모노레일 길, 환선굴 모노레일 길, 우리가 매일 오가던 도보길, 환선굴 입구, 대이리 동굴지대 산들의 전경들이 펼쳐지고, 아이들은 연신 감탄을 합니다. 화요일에 가 보았던 커다란 환선굴 입구가 저 멀리 조금만 구멍으로 보이는 것도 신기해했습니다. 환선굴 전망이 보이는 곳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더 이상의 등반은 다소 위험하고 힘들겠다는 판단아래 아이들과 함께 하산을 했습니다. 산은 오르는 것 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긴 하지요. 내려 올때는 해준이가 한 번 넘어지고, 주연이도 넘어지고, 지완이도 넘어져 울었지만 이내 툭툭 털고 일어나 모두 안전하게 하산을 했습니다. 덕항산이라는 큰 산을 넘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맛있는 도시락~!! 얼마나 도시락이 맛있던지... 밥 맛이 꿀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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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항산 등산로 초입. 이 길은 시작에 불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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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잡은 밧줄과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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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거의 다 왔다. 해준이 머리 위로 환선굴이 조그맣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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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지점 도착~!! 전망대의 풍경을 즐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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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걸음씩~~ 해준이가 말하길 “선생님! 산 내려 오는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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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들살림에서 가장 맛있었던 덕항산 도시락~~ 그 비결은 부지런히 움직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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