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들살림 _ 초밥모둠 이야기
작성자 : 윤재향 | 등록일 : 2018-06-10 23:00:06 | 조회수 70
  1. 맛있는 초밥을 닮은 초밥모둠

초밥 모둠의 구성원은 1학년 세현, 리안, 2학년 채원, 3학년 정우, 4학년 청은, 유섭, 5학년 재우, 예니 그리고 모둠 교사 1명을 포함해 총 9명이었다. 모둠장은 재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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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회의가 뭐야?’ 조 이름도 조 구호도 조 준비물도 모둠 프로그램들도 단 몇분이면 결정!

자치들살림을 떠나기 전, 9명이 한자리에 처음으로 모여서 이름을 정하는데, 반 이름을 며칠에 결정하는 전통이 있는 볍씨라 모둠 이름은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초밥 모둠은 모둠 이름도 몇 번의 제안 만에 결정이 되었다. 초밥을 좋아한다고 나온 이름이 너도 나도 좋아한다고 하면서 결정되려는 찰나에 정우가 자신은 초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초밥 모둠에 정우는 다른 동생들과 달리 ‘단호함’을 담당하고 있다.) 회의가 길어지는 것을 직감했는지 모둠의 언니들이 초밥대신 ‘스시’모둠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정우도 스시는 뭔가 이름으로 멋져(?)보였는지 좋다고 했다. 내심 동생의 단호한 의견에 재미가 있겠구나 싶어하며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좀 서운했다. 그래서 시도한 ‘태클’걸기! “스시는 나는 싫은 걸. 나는 초밥이 좋은 걸!” 아이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몇 분 안 되어서 스시가 다 좋다는 아이들 중 몇 명이 초밥으로 의견을 옮겼고 또 바로 나머지 아이들도 바로 초밥으로 결정! 이번엔 좀 길게 이야기가 되겠지 싶었는데 2번째 당황스런 전개였다.

이런 분위기는 초밥 모둠의 특색 있는 분위기다. 놀거리를 제안할 때도, 뭔가 스케줄이 변경될 때도, 언니들 중 한명(대체로 유섭, 모둠장인 재우, 예니)이 제안의 표현보다는, 바로 “우리 이렇게 할꺼야! 또는 우리 이렇게 하자”라고 말하면, 동생들은 다른 의견을 크게 내지 않았고 빠른 결정으로 진행되었다.

 식단과 예산안을 작성할 때도 할 수 있는 제일 간단한 요리 한가지씩, 아침에는 요리없이 밑반찬에 밥 만해서 먹는 날도 있었다. 쉽고 빠르고 그러나 즐겁게 놀고 싶은 언니들의 강한 욕구가 동생들의 협조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초밥모둠은 자치들살림 내내 맛있는 식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었다. 식재료비로 책정된 5만원 중에서 1만원 이상을 남기며 짠 메뉴 속에서도 행복하게 식사할 수 있었던 두 가지 요인은 나중에 공개!

 아무튼 초밥은 손으로 몇 번 쪼물딱 거리면 뚝딱 만들어지듯이, 초밥모둠도 머리를 맞대고 깊이 이야기하고 의견을 조율하기 보다는 빠르고 뚝딱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결국 모두가 초밥의 맛에 행복해하듯, 초밥 모둠 아이들도 자신들의 결정에 만족해하는 모습이 우리의 장점이지 않을까.

 

  1. 자치들살림 전 답사! 자치들살림을 설레게 하는 시간

대공원역에 도착에서 20분~30분 이상 걸어가야 도착하는 야영장. 그 길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 케이블카(?)며 코키리열차는 아이들을 유혹하는 그리고 교사를 괴롭게 하는 요소가 된다. 답사 때도 그랬으니, 짐을 무겁게 메고 가는 자치들살림 첫날 야영장 가는 길은 아이들이 꼽는 가장 힘든 일 베스트 3위 안에 들어간다. 자치들살림 첫날 자신의 무거운 짐을 이미 짊어지고 있는 언니들에게 동생들의 짐 하나씩을 더 나눠들게 했다. 이미 시작부터 채원이, 리안이, 정우는 큰 가방 외에도 작은 가방 하나씩이 더 있었다. 세현이는 본인 몸보다 커보이는 가방을 등에 메고 걷는데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놀라워하며 잘 걸어가는 세현이를 신기해했다. 무거운 가방 때문인지 답사는 한번밖에 쉬지 않았던 길을 5분에 한번씩 쉬면서 걷기를 반복했다. 이 길에서부터 자치들살림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아이들도 즐겁지만 힘든 일도 있는 자치들살림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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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힘든 야영장 가는 길에는 조그만 즐거움도 있었다. 답사 때 봤던 큰 호수 저 멀리 나무 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백로(?)같은 새가 진짜 새인지 모형인지 자치들살림 당일에 다시 확인해보자는 초밥 모둠만 아는 약속이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호수를 지나 다리를 건너는데, 저 멀리에 나무 위에 앉아 있는 백로가 보였다. 지난번 답사 때 있던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던 백로를 보자마자, 나는 “역시 가짜였나봐.”를 외쳤는데, 나를 제외하고 진짜 백로일꺼라고 했던 아이들의 실망(?)스런 표정들이 얼굴들에 몇 초간 스쳤다. 그 순간 마법처럼 백로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잠시나마 힘든 것들을 잊을 수 있었다.

 자치들살림 전 답사를 통해, 냇가에서 올챙이와 가재를 잡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시간이 쑥쑥 가게 하는 일인지 그 맛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자치들살림 계획을 짤 때 오전 내내 냇가 놀이가 들어갔다. 야영장으로 가는 힘겨운 이 길이 그래도 좋은 지점은 그 날의 그 냇가와 올챙이, 가재가 있어서지 않을까. 어서 도망가라, 올챙이야, 가재야! 초밥 아이들이 너희들 잡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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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이 미션

이번 자치들살림에도 모둠이 힘을 모아 자치들살림 기간 동안 완성해야하는 미션이 5가지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냇가를 따라 아래부터 맨 위까지 함께 힘을 모아 올라가는 미션.

아래에서부터 올라가는 길은 돌도 있고, 낮지만 물도 있고, 중간 중간 나타나는 혼자서는 오르기 힘든 약간 높은 경사의 턱들도 있다. 재우, 유섭, 예니 등 언니들은 미션을 시작하자마자 의욕이 앞서서 앞에서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아무래도 채원이와 리안이, 세현이가 조금씩 뒤에 쳐져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빠른 속도로 정상을 찍고 미션을 빠르게 완주하려던 언니들을 불러 세웠다. “동생들과 같이 가야 미션이 성공하는 거야.”라고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저만큼 앞서서 가다가 멈춰 서서 동생들에게 소리를 친다. “어서 와~~!” 미션을 어떻게 완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배움이 된 것이다. “동생들을 도우면서 함께 가는 것이 미션이야. 멈춰 서서 어서 오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야. 이러면 우리는 미션을 성공할 수 없어.”라고 알려주니 이제야 아이들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미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세현이와 채원이는 유섭이와 청은이가 옆에서 살펴보며 속도를 맞추기 시작했고, 가장 자신만의 속도를 즐기며 올라가길 좋아하는 리안이는 소리 없이 든든한 초밥 모둠의 모둠장 재우가 전담하면서 손도 잡아주고, 끌어주며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리안이를 잘 몰라서 리안이 키와 비슷해 보이는 꽤 놓은 턱들은 손을 잡아줘야 간신히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서 가볍게 뛰어오르는 리안이의 날랜 몸놀림을 본 것도 이날의 기쁨 중 하나였다. 정우는 3학년이 되니 씩씩하고 형 다운 모습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자치들살림 내내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동생을 챙기는 것에도 함께 손을 모으고, 야무지게 의견도 내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정우이니 냇가 정도는 거뜬하게 올라가는 모습이었다. 힘을 모으니 아이들은 동생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냇가 정상에 도착했다. 인증샷과 함께 첫 미션을 성공했다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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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미션을 통해 진정한 미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느낀 아이들은 다음 미션에서도 동생들과 함께 놀고, 나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하면서 함께 미션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마음을 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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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두에게 주어진 지기. 스스로 즐거워 자청하는 지기.

아이들은 자치들살림에 가기 전 자신이 맡을 지기를 정했다. 설거지는 채원이, 물지기는 유섭이와 세현이, 안청소(나중엔 주변 쓰레기 정리로 바뀌었다.)는 리안이와 예니, 밥지기는 재우와 정우, 상지기는 청은이. 학교에서도 늘 하는 지기지만, 익숙하다고 편하고 즐거운 것은 아니다. 재우는 자치들살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일 해주는 엄마의 밥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데,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해야 하는 것도 싫은 이유 중 하나란다. 채원이는 함께 사용한 공동 그릇들을 설거지하는데 혼자 하니 힘들 것도 같다고 나에게 살짝 다가와 이야기를 했다. 리안이는 학교에서는 맡은 지기를 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지기를 잊어버리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걸 선택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어딘가로 사라지는 리안이는 부르면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났다. 함께 지기를 맡은 예니도 지기를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으니 초밥모둠의 주변에는 약간의 쓰레기와 약간의 쌀알들은 언제나 모둠의 일부처럼 존재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이들이 밥이나 잘 챙겨먹으며 지냈을까 싶겠지만 아이들은 정해진 기상 시간보다 훨씬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야지 하면서 맞춰놓은 알람보다 늘 1시간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에서 깨야만 했다. 재우와 정우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제시간에 밥을 했고, 자치들살림 중 한 번도 밥을 늦게 한 적이 없었다. 청은이는 지기를 즐겁게 했던 것은 아니지만, 불평 없이 주어진 지기를 했다. 세현이는 1학년이지만 자신이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잘 파악한다. 세현이에게는 잔소리가 잔소리를 했던 기억이 없다. 채원이는 설거지가 많은 거 같다고 미리 걱정을 했지만, 막상 설거지를 혼자 하겠다고 결심한 다음에는 잘 챙겨서 했다. 아무튼 우리는 힘을 모아 하루 세 번 밥을 하고, 요리도 하면서 끼니를 거르지 않았고 맛있고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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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우의 말처럼, 자치들살림은 이 모든 일상의 귀찮을 수 있는 일들을 당연하게 책임지는 엄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맛있는 요리가 만들어져야 힘들지 않고 행복한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절박함도 존재한다. 이런 요인들이 아이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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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모둠은 끼니마다의 역할을 나누지 않았다. 함께 요리하고 함께 치웠다. 함께 요리한다는 것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첫 끼로 두부김치를 하기로 했고, 운명의 두부김치가 모두의 극찬 속에서 성공한 후에 요리에 자신감을 가진 유섭 셰프의 진두지휘가 시작되었다. 그 후 요리는 즐거운 놀이 중 하나가 되었다. 맛있는 요리를 먹는 시간도 즐거운 놀이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런 즐거움을 매끼 느끼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과, 몇 번의 요리 성공으로 나름의 명성을 쌓은 유섭 메인 셰프의 명성 지키기 노력은 요리하는 과정을 더욱 진지하고 즐겁게 만들었다. 맛있는 요리하기는 함께 달성할 모둠의 목표가 되었다. 어느 샌가 요리는 유섭 셰프와 청은 보조 셰프, 세현, 채원 도우미의 역할이 되었고, 코펠밥은 재우 밥 마스터와 정우 보조 밥마스터의 역할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나름 예민하고 까다로운 미식가(?) 예니의 마지막 맛테스트를 언제나 멋지게 통과하는 유섭 셰프의 요리 솜씨는, 아이들로 하여금 유섭 셰프가 손댄 요리는 실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죽을 뻔한 김치전도 살려낸다는 극찬을 남기며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밥을 한번도 태우지 않았던 밥 마스터들의 코펠밥 짓기 실력은 늘어갔다. 첫날보다 다음날이 그리고 마지막 날이 가장 맛있어지는 놀라운 성공의 연속이었다. 이런 요리와 밥의 성공 뒤에는 보조 역할을 군소리 없이 성실하게 수행하는 세현, 채원, 정우, 청은 등의 도우미 역할이 중요했다.

알아서 자신들의 일을 찾아서 하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도 보너스로 스스로 챙겨가는 예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1. 사고도 갑작스런 둘러앉기도, 상황에 따라 바뀌는 프로그램도 자치들살림의 일부

초밥모둠은 매일매일 쌀과의 전쟁을 겪어야 했다. 첫날은 예니가 달팽이에게 먹이를 주려다 쌀을 쏟았고, 셋째날은 정우가 쌀을 쏟았다. (둘째날은 기억^^;) 매일 수백 개의 쌀을 한 알 한 알 주웠고, 매일 수 천개의 쌀알을 채 다 줍지 못해 그 동네 벌레들에게 양보해야 할 수 밖에 없었다.

예니가 기분이 좀 나빠서 장난으로 준영이를 무릎으로 치고, 모둠 미션 수행을 위해 선생님들의 이름으로 잔인한(?) 삼행시를 짓다가 기분이 살짝 나빠져 장난인 듯 나의 얼굴을 살짝 건드린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선생님들과 하루 종일 이어지는 이야기 나눔의 시간이 생겼고, 예정된 프로그램은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게 변해갔다. 오전 내내 하자는 냇가에서 노는 계획은 며칠간 냇가에서 놀았으니 조금은 지겹다는 의견 속에서 텐트 속 뒹굴거림 놀이로 바뀌기도 했다. 말 그대로 자치들살림은 놀이와 일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욕구와 의견들로 채워지고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뀌어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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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동 1등의 기쁨!

화요일 오전에는 1시간반 정도 볍씨가 모두 모여 공동체 놀이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모둠별 대항 형식이었는데, 1등 상품은 유정란 2알, 나머지 모둠은 유정란 1알이라는 어마어마(?)한 식재료를 놓고 벌이는 놀이였다.

초밥모둠은 꼭 이기겠다는 엄청난 열의를 겉으로 마구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처음엔 아이들 마음 속에 자리 잡은 1등의 욕구가 얼마나 있는지 잘 몰랐다. 첫 번째 놀이는 3명씩 손잡고 뛰다가 골인하는 릴레이 경주였다. 아이들은 리안이가 잘 뛸까하면서 살피는 모습이었지만, 리안이는 내가 예상했던 속도를 뛰어넘으며 나를 앞에서 끌고 뛰어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리안이는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평소에 꾸준히 연습한 실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노력했지만, 결과는 지게 되었다. 놀이를 한번 지고 나니 예니는 이기면 뭐하냐며 별로 이기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를 쓱 깔면서 하는 말을 꺼낸다. 하지만 예니의 그런 말은 오히려 이기고 싶은 마음을 잘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의 눈빛들을 보니 잘 하고 싶은 욕구가 보인다. 그리고는 한 두 개 놀이에 초밥이 이기게 되었고, 1등이 현실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낀 아이들은 더욱 1등을 향해 집중과 노력을 하게 되었다. 1등의 운명을 가르는 마지막 신발던지기는 채원이 세현이의 신발이 동그라미 속으로 쏙 들어가는 빛나는 성공에 힘입어 공동 1등이 되었다. 결국 공동체 놀이 전체에 공동 1등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자치들살림 전체 일정 중 일인당 하나로 제한되어있는 금쪽 같은 유정란을 2개나 더 먹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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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들이 밤에 울 것인가 안 울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저학년 들모임 중에 재미있는 일화 중 하나는 누가 밤에 엄마가 보고싶다고 우는가이다. 밥에 누가 울었는지는 다음날이면 물어보지 않아도 아이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모두에게 호외로 전달이 된다. 낮시간에는 누구보다 즐겁고 자유롭게 놀았던 리안이는 정확히 밤 7시 15분 정도에는 울음을 터트리고는 했다. 이런 리안이 모습을 보고는 청은이는 “이 시간에 엄마랑 리안이가 함께 잠 잘 준비를 하고 자는 시간이라서 더 엄마가 생각나는 것 아닐까요?” 그럴듯한 이야기일 것 같았다. 리안이는 첫날에는 큰 소리로 목놓아 엄마를 보고 싶어하면서 울었고, 새벽 중간중간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깨어나서는 잠시 울다가 바로 잠들고는 했다. 그때마다 어둠을 뚫고 남자 아이들의 텐트로 달려가서는 리안이를 토탁였다. 첫날 잠을 제대로 못잔 나는 리안이를 두 번째 밤부터 옆에 눕히고 자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제의 리안이는 오늘의 리안이와 다르다. 하루가 다르게 우는 시간이 짧아졌고, 두 번째 밤부터는 자기 시작하면 아침까지 깨지않고 잘 자는 것이 아닌가. 성장하는 리안이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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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이는 올해 처음 자치들살림인데, 첫날 우는 리안이를 보고는 한마디를 했다. “나도 엄마 보고 싶지만 안 울고 참는 거야.” 씩씩해 보이는 세현이지만 밤에는 엄마가 보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울지 말라고 리안이도 다독이고, 씩씩하게 밤을 보내는 세현이가 밤이나 낮이나 참 든든해 보인다.

 

  1. 미션을 성공한 이들이 누리는 코끼리 열차의 시원한 바람

 마지막 날까지 미션을 성공한 모둠만이 누릴 수 있는 미션 성공의 선물이 있었다. 그건 코끼리 열차를 타고 대공원역 근처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 볍씨의 모든 모둠이 미션을 잘 마무리했고, 아이들은 모두 코끼리열차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치들살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자치들살림에 있었던 다양한 사건들과 귀찮고 힘들었던 일들이 또 하나의 무용담과 추억으로 변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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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볍씨교사 8년차, 자치들살림 1년차

늘 청소년들과 다녔던 들살림을 어린이과정 아이들과 올해 처음으로 함께 가게 되었다. 가기 전에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설레임이다. 자치들살림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짧게나마 생각해보았는데, 말 그대로 ‘자치’와 ‘집과 학교를 벗어나 아이들 안에 있는 또 다른 생명을 활짝 깨우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가기 전에 “난 요리할 때도 아이들이 알아서 하게 옆에서만 봐야지.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뒤에서 안전만 신경을 쓰지뭐.”라고 말했었다. 난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잔소리를 참 많이 하는 교사다. 학교는 일상을 그냥 사는 곳이 아니라, 배우며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기에, 늘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교육이라 생각하고는 했다. 수업 시간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주도성을 늘 고민하는 볍씨이지만, 아무래도 필요하다는 교육과정의 비율이 꽤 많이 차지하고 있고, 그런 수업들은 교사의 주도로 진행되고는 한다. 그러다 보면, 잔소리 사이의 여백을 통해 스스로 배우는 시간, 지겹게(?) 놀다보면서 배우는 시간, 잘하던 못하던 스스로 책임지면서 배우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교사로서는 그런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채우는 시간이 자치들살림 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내가 아이들에게 그런 기회를 충분히 주었는지는 교사로 있는 매순간 고민할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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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처럼, 나는 세현이 리안이와 함께 자치들살림 1년차다. 조금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아이들과 냇가에서 더 즐거운 추억을 만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자치’의 의미를 진작 깨닫고 있는 아이들이 있어서, 나의 부족함은 채워졌으리라 믿는다. 예니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은 동생들을 모두 매료시키며 즐거움을 종종 주었고, 재우의 적게 개입하면서 동생들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는 리더쉽이 아이들을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고, 모둠장은 아니지만 모둠장처럼 앞서서 행동하는 유섭이 덕분에 동생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잘 지낼 수 있었다. 채원이 옆에서 언니가 되어주며 살피고 도움을 주려던 청은이가 있었고, 내 일은 알아서 내가 잘 한다는 정우 덕분에 언니들이 자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가 더 있었다. 물건을 한 두 개씩 늘 흘리고 다니는 빈틈의 매력을 발산하면서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마무리를 해내던 채원이가 있었고, 귀찮은 일들도 마다하지 않고 언니 형들을 도우며 성실한 아우라를 풍기며 열심히 지냈던 세현이가 있었다. 그리고 누구마다 그곳의 자연을 두발과 두 손, 그리고 온몸으로 느끼며 열심히 즐기는 리안이가 있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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