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반의 2018 가을들살림 - 승봉도 둘째 날 | |||
작성자 : 박우리 | 등록일 : 2018-11-01 11:50:28 | 조회수 4157 |
2018년 10월 16일 화요일
어젯밤에 우리에게 찾아온 친구가 있었다. 바로 아기 고양이. 엄마가 없는지 앞마당에서 자꾸 울기만 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있어서 집 안에 들이기도 어렵고, 엄마 고양이가 찾고 있을수도 있을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밖에 두고 잤다. 아이들은 벌써 이름을 지어줬다. 똥코. 니코를 닮았는데 엉덩이에 똥이 묻었다고. 엄마가 없어서 그런지, 어디가 아픈건지 몸에 묻은 똥때문에 생긴 별명이지만 애들도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것 같다. 승봉도에서 내내 같이 지낸 똥코.
"일어나자마자 앞마당으로~"
"아침먹고, 점심 도시락 싸고, 나갈준비"
어제 둘러보지 못한 마을을 한바퀴 돌며 오늘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제 바닷가에서 놀다가 다친 아이들 중 윤승호의 손가락이 많이 패였다. '꿰매야 하나. 괜찮은 걸까.' 고민이 되어 보건소에 가보기로 했다.
근데 "샘, 보건소가 뭐에요?"
"승호오빠 손가락 괜찮대요?"
"며칠 지나면 아물거야"
"근데 의사선생님, 승봉도 사투리 쓰세요?"
"어.. 아니. 샘은 저기 경상도에서 섬으로 일하러 온거라 경상도 사투리를 쓴단다^^;"
보건소~ 승봉교회~ 승봉분교~ 이일레 해변
찬율이는 사진찍기를 엄청 싫어한다. 찍을때마다 피하고, 단체 사진을 찍고 싶어서 오라고 하면 한참 실랑이를 해야 한다. 그래서 어젯밤 이야기를 했다. 샘은 우리반 사진에 너가 있어야 나중에 볼때도 추억이 될 것 같은데, 너는 찍기 싫어하니 어떻게 할까? 그럼 멀리서 부르지 않고 찍는 건 샘 마음대로, 단체사진은 하루에 1번 얼굴이 나오게 찍는다.
"승봉도는 논이 많은 섬이에요"
"또 와도 좋아. 이일레 해변"
"왕소라 껍데기를 집에 가지고 간 사람은?"
승봉도의 멋진 보물인 섬의 동서쪽을 잇는 소나무숲길을 따라, 썰물 때 걸어갈 수 있는 목섬까지 출발. 들살림 가기 전 목섬 이야기를 듣고 윤승호는 자꾸 몇 미터 떨어져 있는거냐고 물었다. 자기가 100m쯤은 수영해서도 갈 수 있다며. 그래서 승호는 (한번도 사용하진 않았지만) 물안경을 챙겨왔고 들살림 내내 옷 안에 수영복을 입고 다녔다. 목섬 옆 부두치해변에는 고둥과 소라, 해파리가 많았다.
"좀만 더 힘내. 거의 다 왔어"
"쨔잔!"
"랑랑이 만든 주먹밥. 왜 이렇게 맛있어!"
"비법은 세현이네 양파장아찌 국물"
"파도가 빠른가, 내가 빠른가, 누가 이기나 내기해보자"
"꽃게와 소라, 고둥을 찾아라"
"소나무 찍고 돌아오기"
"조개 껍데기 줍기"
목섬옆에있는 신황정 정자와 '촛대바위'를 찾아 다시 길을 떠났다.
"목섬 안녕~"
"승봉도에 사는 곤충들(사마귀, 귀뚜라미..)은 엄청 크다"
"정자에 도착!"
"또 뭐 재미난게 없나? .. 바로 바로 돌 던지기."
"찾았다! 촛대바위"
다시 열심히 걸어서 숙소에 돌아왔다. 이쑤시개가 없어서 오늘 잡은 소라 중 큰 것만 젓가락으로 빼먹을수 있었다. 어제는 아침부터 바빠서 그런지 푹 잘잤지만 오늘부터는 저녁이 되니 집생각이 나는 아이들이 많다. 반 친구들은 병준이의 눈물송 '섬집아기'를 부르며 걷고, 병준이는 '그래!불러'보라고 하지만 눈물이 나온다. 세현이의 눈이 빨개지자 애들이 놀래서 세현이가 아프다고 한다. 알레르기 때문에 눈을 자꾸 비비는 줄 알았는데 마음의 문제였다. 지완이도 조용히 엎드려 있다. 해찬이는 어제부터 잠버릇이 심해 옆 자리 애들이 같이 잘수가 없다고 해서 나랑 같이 거실에서 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심한 잠버릇도 마음의 일이었다.
[한별이 일기]
아침에 몸깨우기 할때 쯤 또 고양이가 왔다. 그런대 그 고양이는 많이 울었다. 아침 먹고 나서는 자꾸 고양이가 나한테 달라붙고 똥냄새가 나서 고양이가 똥이 마려운 것 같았는데 오줌 몇 방울만 싸고 갔다. 산림욕장에서 목섬까지 가는데 다리 아팠다. 점심 먹을 때 우리가 만든 주먹밥이 맛있다고 해서 뿌듯했다.
[병준이 일기]
오늘 부두치 해변 가서 찬율이 형이랑 조승호 형이랑 윤승호 형이랑 소라 잡아서 맛있게 먹어서 맛있었다. 그리고 당산가서 낙시대 나무가 튼튼했다. 나는 못주었다.
[태웅이 일기]
오늘 산을 올라갔고 공원 달리기보다 엄청 힘들었다. 정상과 목섬 다 가고 특히 목섬에서 주먹밥이 맛있고 희귀한 돌들을 김병준이 하늘색 돌과 야광색 돌을 병준이가 갔고 있고 집으로 돌아갈 때 노래를 불렀는데 병준이가 울었다. 한태현도 울고 엄마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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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2 오후 4:49:40
감사합니다~~~ 병준이의 눈물송이라니 ㅋㅋ '섬집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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