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큰생태반 가을들살림 (4)
작성자 : 김보람 | 등록일 : 2017-10-29 20:45:00 | 조회수 4201

넷째 날

오늘은 새벽예불을 드리고 나서 경률스님께서 부처님을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셨어요. 우리가 예불을 드린 불상은 철조여래좌상이지만 손과 등은 낡아서 나무로 다시 만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나무로 만든 손을 한번씩 만져볼 수 있게 해주셨지요. 아이들은 반짝 거리는 눈과 손으로 만져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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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운력을 하고 있는데 청은이와 정언이 재희가 저 멀리에서 뛰어옵니다. “보람샘, 보람샘, 내일 경률스님이 우리 선물 주신다고 하는데, 어쩌죠?” 아이들 말은 우리는 스님께 해드릴 수 있는게 없는데 스님이 간식도 주고, 선물도 주신다니 우리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부엌을 사용할 수 있으면 음식이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어떻게 하냐구요. “너희들이 잘 할 수 있는거를 생각해보자.”라는 대답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거요?”라더니, 박수를 치고 “그림을 그려드릴까요?”라고 합니다. 그거 좋겠다라고 하니, 다른 애들한테도 물어본다며 달려갑니다. 그래서 그림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친구들만 그림을 그려서 전하기로 합니다. 그림을 잘 그렸는데, 아쉽게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네요. 경률스님께서도 받으시고는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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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률스님과 함께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입니다. 스님께서는 아이들과 명상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명상이라는 딱딱한 말 대신에 나를 돌아보는 여행이라는 이름을 지으셨다고 해요. 아이들에게 명상을 하면 좋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명상 하는 방법이 단순히 앉아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만다라를 색칠하면서 할 수도 있고, 누워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놀랐던건, 방석을 조금 접어서 엉덩이 밑에 놓으면 허리가 쭉 펴진다는 것을 알고, 굉장히 신기해했지요.

명상시간이 끝나고 나가려고 할 때, 정연이와 민석이, 조승호가 갑자기 뒤에 계시는 부처님께 절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을 스님께서 보시고,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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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왔는데 낙엽이 엄청나게 쌓여있는거예요. 그걸 보더니 자연스럽게 빗자루를 꺼내와 열심히 쓸기 시작했죠. 열심히 쓸다보니 낙엽이 푹신해보여 선우가 먼저 들어가서 앉았어요. 바로 다시 장난이 시작되었지요. 하지만 금세 멈추고 리어카에 낙엽을 담아서 밭에 가져다 놓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며 놀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실상사가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공간으로 다가왔구나라는 것을 느꼈지요.

 

"보람샘~ 보람샘~" 찾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보니 인도에서 유학오신 단노스님이 아이들에게 초코파이를 나눠주시려 가져오셨습니다. 아이들이 먹어도 되냐고 물어봅니다. 감사히 잘 먹겠다고 인사드리고 먹어도 된다고 하니 금세 아이들은 단노스님 앞으로 모여듭니다. 평소에도 아이들을 좋아하시는 스님인데,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사오셨다고 합니다. 선우가 "스님이 걸그룹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누군지 모르겠어"라고 이야기 합니다. 스님은 "걸스데이"라는 걸그룹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몰라서 놀라셨다고 합니다. 집에 TV가 없는 집이 많다고 이야기하니, 또 한번 놀라십니다. 푸른추억반에는 비밀로하고 초코파이를 맛있게 먹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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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실상사 공동경작 하는 밭으로 갔어요. 드디어 밭일을 하는 시간입니다. 실상사 작은학교 선생님이셨다가 밭을 관리하시는 선생님이 되신 밭 선생님께서 나오셔서 하는 방법을 일러주셨어요. 아이들은 처음에 수수가 뭔지 몰랐다가 나중에 오누이에 나오는 호랑이 이야기를 듣고 수수가 뭔지 알게되었지요. 수수에서 나오는 빨간 염료같은 것으로 연지곤지도 찍어보고, 어떻게 하면 수수가 잘 털리는지 방법도 나누고, 나중에는 역할분담까지 하면서 즐겁게 수수를 털었지요. 그리고 밭 선생님께서 수수대로 빗자루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수수대로 빗자루질도 해가며 열심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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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예불 후 바로 소원을 빌러갔어요. 소원 쪽지에 자신이 되고 싶은 꿈이나 소원을 개수 상관없이 다 적었지요. 보통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인데 선우는 가족에 대한 소원을 이야기하면서 울먹였고요. 지성이는 가족이 떠올라서 소원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지요. 각자의 소원이 다 이루워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소원쪽지를 실에 매달고, 탑돌이를 하러 갔어요. 촛불을 들고 탑을 돌면서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다시 한번 기도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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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기다리는 부모님 편지 시간이 돌아왔어요. 아이들에게는 부모님 편지 읽는 시간이 제일 큰 의미로 다가오지요. 이 시간에는 떠드는 친구도 장난 치는 친구도 없지요. 아주아주 중요한 순간이니까요. 편지를 읽을 때 어떤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을 의식하며 눈물을 참는 친구들도 있고, 마냥 엄마, 아빠 편지가 좋아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엄마, 아빠 생각에 눈물을 왈칵 쏟는 친구들도 있지요. 제가 편지를 읽어주는데, 읽으면서 최대한 엄마, 아빠의 마음을 전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지요. 아이들이 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을 더 느꼈으면 해서요.

이날 아이들은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을 안고 잠이 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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