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반 산행을 다녀와서.
작성자 : 조동환 | 등록일 : 2004-01-28 01:58:54 | 조회수 4389
어떻게 써야하나 하다가, 부모님들께서 상상하실 수 있도록
상세하게 적는다고 하다보니 좀 길어졌습니다.

1. 출발
아버지와 시골집에 간 지호를 제외하고 13명의 아이들이 출발했습니다. 집이 가까운 친구들은 더러 만났겠고, 오래만에 보는 친구들과 뛰고 떠들고 하는 아이들을 남자 7,여자 6 나눠서 싣고 갔습니다.  병효는 할아버지 댁에서 새벽에 돌아온 상태여서 집으로 모시러 갔었죠. 병효가 피곤했을텐데 아버지 체력을 닮았는지 쌩쌩하더군요. 남자 아이들을 태우고 가는데 3열의 세 아이들은 거의 레슬링을 하고, 2열의 세 아이들은 덥다고 에어콘 틀어라, 안춥다 어쩌고 저쩌고, 보조석의 병효는 의젓하게 있더군요. 고마웠습니다.
분위기좀 가라앉히고자 끝말잇기를 했습니다. 3열 세 넘들, 도착 즈음에야 좀 따라하더군요.

2. 도착
약 2시간 걸려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나중에는 괜한 걱정이라 덜했지만, 엘리베이터 속에서 13명을 세는데도 덜컥덜컥 걱정이 되더군요. 한 아이라도 빠지진 않았나....
방에 들어서자 날고 뛰는 아이들을 선생님이 모두 앉혀서 즐겁게 놀자는 말씀과 몇 가지 약속,당부, 저의 소개 등 개회식을 하고
방바닥에 신문지 깔고 준비해온 도시락들 나눠가며 먹었습니다.
자기 도시락은 자기가 알아서들 씻더군요. 고맙게도.
모둠을 나누었습니다. 미리 짜서 갈까했더니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맡기자 시기에 그렇게 했습니다. 의사결정을 아이들에게 맡겨두는데 익숙지 못한 저를 느끼며....
남자 여자로 나누자, 그러지 말자, 13개 모둠으로 할까 등등..  결국 2명씩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팀,진팀 2 모둠으로 했습니다. 모둠별 식사,청소 순서도 정했습니다. 우경 어머니께서 전원에게 양말 선물을 주셔서  나누어 가졌습니다. 감사합니다.

3. 눈썰매, 눈싸움
산행을 하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눈썰매를 먼저 하자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도 눈썰매장을 봐서인지 전혀 이의가 없더군요. 결과적으론 잘 된 것 같았습니다.
10세 이하의 유아코스와 꽤 길고 경사 있어 보이는 어른코스가 있어서, 순간 애들을 어디로 보내야하나 고민하는데...  아이들은 안내판을 못 본 건지 어쩐건지 어른코스로 이미 썰매 끌고 올라갑니다.
문섭이가 1차로 내려오는 게 보이고 이어서 하나 둘 내려옵니다.
다친 아이 없이 귤 몇조각과 따듯한 감잎차를 연신 마셔대며 약 2시간을 놀고 나와서, 눈싸움을 했습니다.  심하다 싶더니 여기 저기서 곡소리가 나고, 산이는 눈썹위를 딱딱한 눈에 맞고 "그렇다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던지면 어떻게 해.  앙~ ".  후시딘에 밴드를 붙여주는데 산이 어머니 얼굴이 잠시 스쳐갔습니다.

4. 저녁식사, 모둠별 발표회, 짧지만 길었던 저녁산행
카레준비. 야채 씻는 아이, 야채 써는 아이, 끓이는 아이 등 각기 임무를 나눠서 참여했습니다. 칼질은 거의 엄마처럼 하는 여자아이들부터 수준이 다양한데, 칼질을 보고 있으려니 식은땀 좀 나더군요. 식사준비가 없던 모둠은 건너방에서 대문까지 걸어 잠그고 발표회 준비를 한다고....
밑반찬이 있는데도 김치 한가지만 꺼내서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애들도 "카레엔 김치가 최고야"  하며 김치 잘 먹는걸 자랑삼아 맛있게 먹더군요.
식사당번인 모둠은 식사 후에야  발표회 준비를 해서인지, 제가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양말 인형극'을 하고, 다른 모둠은 그래도 줄거리가 되는 연극을 했습니다.   내용이 중요하겠습니까. 서로 의기투합해서 만들어 내는게 중요하지....
발표회 끝난 후 선생님은 난데없이 아이들에게 외출복장을 준비시킵니다. 내일 아침에 가려던 산책로로 아이들을 이끌고 갑니다.
가지만 무성한 나무들로 숲은 캄캄하고, 바닥은 눈으로 희뿌레하고, 맑은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무슨무슨 자리들 속에서 빛납니다.
얼마간 올라가던 선생님이 저를 제일 처음에 세우시고 스무발 정도 간격으로 아이들을 한 명씩 세우면서 올라갑니다. 그렇하고 아무말 하지 말라고 당부하신 모양입니다.  간혹 "앞에 누구야? 그 앞엔 누구고?"  등등 약간의 궁시렁거림이 있었지만 , 거의 고요함으로 15분 정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선생님께 의도를 들었습니다만, 저는 별구경 하라는 줄 알고 제자리에서 하늘보고 서있었는데  어떤 아이는 눈 위에 누워서 별을 봤다더군요. 헉!

돌아와서 쪄놓고 간 고구마를 김치와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샤워하고, 잘 준비를 끝내니 10시입니다. 불을 끄고 선생님과 1층 로비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후 올라와 보니 일곱 아이들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자고있습니다.  

5. 아침 식사, 산행
7시 30분경 아이들 기상, 이불 개서 장에 넣는데 시간 좀 걸립니다. 어제 저녁에 놀았던 모둠의 아이들이 밥짓고, 미역국인지 들기름 탕인지 - 제가 들기름을 좀 많이 부은 것 같습니다 - 준비하여 따뜻한 국에, 집에서 가져온 밑반찬들을 꺼내서 맛있게 먹습니다. 각자 그릇 씻고, 청소 당번들 청소하고, 산행 준비를 마치니 거의 10시네요.

그리 힘들지않은 산책 등산로를 올라가다가 눈싸움을 하고 싶다기에 눈싸움하다가 눈위에 엎어져 쉬다가 다시 올라갑니다. 체크아웃 시간이 부담되는 제 맘을 외면하시고 선생님은 계속 올라가십니다. 그렇게 한 참 올라가다 산책로를 벗어나 나무사이로 아이들을 올려 보내시고 계시더군요. 태인,준현 등이 앞장서고 아래서 보니 모두들 기다가 미끌어지다가 다시 작은 나뭇가지들을 붙잡고 올라갑니다.  선생님의 격려와 서로의 도움속에, 좀 무리다 싶었는데 모든 아이들이 작은 언덕에 올랐습니다.  따뜻한 물 한모금, 냉수 한모금 하고 기념사진 찰칵. 올라는 왔는데 내려갈 일이 걱정입니다. 저는 배낭을 꽉 메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앞장선 아이들이 엉덩이를 깔고 이나무 저나무 쿵쿵 부딪히는등 내려가니까 스릴을 느끼는 나머지 아이들도 소리지르며 생각보다 훨씬 쉽게 내려왔습니다. 신발, 양말은 모두 온전치 못하지만.

6. 점심식사, 집으로
숙소로 돌아오니 12시. 프론트에 부탁해서 1시간만 봐달라고 하고. 한 솥 남은 미역국에 밥 한 솥을 해치우고, 설거지, 대충 청소를 1시간만에 끝냈습니다. 출발 준비를 끝낸 아이들을 한방에 모아놓고 선생님은 제게 편지를 한 줄씩 쓰도록 시키신 모양입니다.

출발 시동이 안 걸립니다. 방에서 나오기 전 "아! 끝이다" 했더니 선생님은 "아직 아닐걸요"  하셨었는데 이렇게 빨리 증명되다니. 출장서비스를 기다리고 처리하는 1시간 넘는 동안 고드름 따러간 녀석들, 차안에서 노는 녀석들, 재잘거리는 여자아이들...
올때는 여자아이들이 제 차에 탔습니다. 한결 낫습니다. 산행과 식사를 하고 난 후여서 잘 자더군요.  어제밤에 먹고 남은 고구마를 1개씩 나누어먹고 날 즈음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습니다.  하루 못 봤다고 마중을 나온 엄마, 동생, 형들이 반가운 모양입니다.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갑니다.    

7. 저는 요.
모르면 용감해진다고, 캠프진행 경험 한번도 없는 사람이 멋 모르고 간다고 했다가.... 선생님 호칭도 받아가며 윤선생님 시다 노릇 잘 하고 왔습니다. 한 녀석이 실내체육관에 돌아오니까 한다는 말이 " 아저씨, 이젠  아저씨죠" 하더군요.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저녁 산행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고요의 시간과
산행 출발전 제일 늦게 나가던 문섭이가 방바닥에 떨어져있는 장갑들을 주섬주섬 챙기면서
"XX랑 OO꺼예요. 제가 갖다줄 거예요" 하더군요.
저는 '자슥들 정리 좀 하고 나오지' 하고 그냥 나오는 참이었는데요.

느낀점이 있다면
아이들 교육은 정말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하겠다는 것.
경험과 신념을 갖고 아이들과 생활하시는 볍씨선생님에 대한 믿음.
우리 아이만 이런게 아닐까... 하던 마음이 여러 아이들과 짧은 시간이지만 생활하면서,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그들의 눈높이를 조금 이해하고 제가 좀 바뀌기는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끝으로 인사드립니다.
가기 전,후에 아버님들 "수고하라", "고생했다" 전화주시고 , 마중 나온 어머님들 고생하셨다는 말씀들... 고마웠습니다.

8.회비정산
           수입부분   지출부분
총회비  260,000
기름값                    40,000
톨   비                    13,200
눈썰매                    72,500
식재료                    65,920

* 잔액이 68,380원 남았구요, 기름값 중 20,000원은 장민이네
  곧 집행될겁니다.  

* kollwit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8-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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