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을 푸는 고리 - 생활문화
작성자 : 윤재향 | 등록일 : 2021-08-23 14:36:51 | 조회수 469

생활 문화

 

자치

 

볍씨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두가 모여 둘러앉습니다. 볍씨에서는 이것을 나눔마당이라고 부르는데요. 1학년 볍씨 막둥이부터 9학년 큰 언니, 오빠들이 모여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함께 결정을 내립니다. 볍씨의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여 이야기 한다고 해서 아주 큰일들만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눔마당에서 나눠지는 이야기들로는,

“어린이과정에서도(8세~12세) mp3를 사용하고 싶은데 이야기를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화장실에 냄새가 너무 나니 화장실 청소는 제대로 해주세요.”

“샤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우리 요즘 서로 너무 인사를 안 하는 것 같은데 이야기 해 보았으면 합니다.”

와 같은 것들입니다. 아주 사소한 것들로 한 시간 삼십분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야기를 해도 끝이 나지 않아 몇 달간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습니다. 전체 나눔마당에서 이야기하기가 힘든 경우에는 그 주제를 반 나눔마당에서 다시 토론하고, 전체 나눔마당에서 나눕니다.

나눔마당에서는 다수결의 원칙이나 투표와 같은 의사결정 방식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듣고, 묻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고를 배우게 되고 남의 의견을 배려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가 그 문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고 함께 선택한 것이 ‘우리의 결정’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압니다.

 

갈등해결

 

교실현장에서 갈등 상황은 수시로 발생합니다. 이 갈등 상황은 나눔마당의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볍씨에서는 수시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갈등이 생기면 모든 활동을 멈추고 둘러앉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자리는 잘못을 추궁하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명명백백 시비를 가리기 위한 자리도 아닙니다. 각자의 감정을 나누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 좋은 방법들을 찾아나가기 위한 자리입니다.

교실 안에서 두 사람이 갈등이 생겼습니다. 그러면 보통은 두 사람만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요. 하지만 볍씨에서는 이 일을 두 사람만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생긴 일이고, 두 사람의 갈등은 전체 구성원들 분위기와 관계에 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갈등과 다소 떨어져있는 친구의 객관적인 시각은 두 사람이 갈등을 풀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교실 구성원 수가 적으니 사회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많은 인원 속에서 피상적으로 인간관계를 맺으며 지내는 것과 적은 인원이지만 모든 인원이 서로 갈등을 겪고 소통하며 진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 어떤 차이일까요? 볍씨는 이렇게 공동체 안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익혀나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식문화

 

볍씨의 아침풍경은 1학년부터 9학년까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몇몇은 빗자루를 들고 있고 몇몇은 컵을 씻을 준비를 하고 있고 몇몇은 밥통에 쌀을 붓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지기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데요. 청소지기는 교실과 학교의 묵은 때를 깨끗하게 닦아내 우리의 하루 배움을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설거지 지기는 사용할 그릇을 깨끗하게 닦아냅니다. 밥지기를 맡은 아이들은 반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양을 고려해 아침에 밥을 짓습니다. 때로는 물이 너무 많아 죽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물을 너무 조금만 넣어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말 합니다. “밥지기! 내일은 물 더 많이 넣고 해라!”

우리가 쓰는 것, 우리가 지내는 곳은 스스로 돌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합니다.

밥지기가 아침에 해 놓은 밥과, 볍씨의 부모님이신 밥선생님 두 분께서 해주신 반찬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볍씨의 밥문화 중 또 다른 것은 고기가 나오는 것은 일 년에 두 번 정도라는 것. 김치를 담그는 날과 복날 삼계탕이 아니면 식단에서 고기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볍씨에서는 서로를 건강하게 하는 식단을 꾸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식단을 공부해서 그 식단으로 우리의 식탁을 채우는데 건강한 식탁을 위해서는 기름이 너무 많이 쓰인 음식인가, 맛이 너무 자극적인가 같은 여러 가지 조건을 통과해야 합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몸을 만들기 때문에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서 고민은 모두와 함께 합니다. 너무 많이 소비되고 있는 고기, 채소의 다양한 맛을 알지 못 하는 아이들보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이, 건강한 음식 문화를 아는 이로 함께 자라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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