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을 푸는 고리 - 야생성
작성자 : 윤재향 | 등록일 : 2021-08-23 14:27:37 | 조회수 394

도전을 통한 성장 : 야생성

 

볍씨 아이들의 일상은 언제나 바쁩니다. 학교 뒷산에 기지도 지어야 하고, 밭에 가서 물주고 잡초를 뽑다가도 작은 구멍 사이로 줄지어 나오는 개미들을 발견하고는 개미집 찾기에 온통 집중합니다. 높다란 나무는 아이들에게 올라가보고 싶은 도전 과제가 되고, 쓰러져 있는 큰 나무와 나뭇가지는 큰 나무집을 지을 수 있는 재료와 놀이감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됩니다.

4~5학년 아이들은 도덕산 정상을 찍고 넘어와 학교에 등교합니다. 도덕산 구석구석에 자라고 있는 산딸기며 찔레순은 아이들의 간식입니다. 5월이면 입 안을 보라색으로 물들이는 오디며 빨갛게 익은 앵두를 서로 먹겠다고 난리입니다. 자연이 주는 열매는 입도 마음도 아이들을 풍족하게 채워줍니다.

 

자연이라는 큰 배움터는 얼굴도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제각각인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자연에서 자란 아이들은 네모난 교실에서 네모난 책과 공책, 네모난 칠판을 통해 배운 아이들보다 활기차고, 자유롭고, 호기심 가득합니다. 볍씨는 활기차고, 자유롭고, 호기심 가득한 모습이 아이들의 타고난 본성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본성을 ‘야생성’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언제나 활기차고 자유롭고 호기심 가득하고 용기 있지 않습니다. 자연 속에 있지만 어떻게 놀지 몰라 지루해하며 컴퓨터 게임이나 만들어진 장난감을 찾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배움’이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라면, 배움이라는 새로운 경험과 도전 앞에 주저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관심 없어요.”

“귀찮아서 하기 싫어요.”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안 할래요.”

도전에 대한 주저가 아니라 아이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조금만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지켜본다면 두려워하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잘 할 자신이 없어요.”

“제대로 하려면 힘들 것 같아서 걱정 되요.”

“내가 그것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워요. 그래서 포기하고 싶어요.”

볍씨는 아이들이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기 보다는 용기 있게 도전하기를 바랍니다.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지만, 결과를 미리 걱정하며 예측해 도전이라는 기회를 쉽게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때론 힘들지만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에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볍씨가 바라는 야생성이 살아있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야생성과 무모함의 차이

 

도전의 끝에 어떤 책임이 따를지, 결과를 잘 낼 수 있을지 두렵고 예측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도전은 무모함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두렵다고 책임을 피하며 책임질 일을 줄이거나, 잘 할 수 있는 것이나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는 없습니다. 책임질 일이 두렵지만 한 번 해보자며 도전하는 아이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자신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최소한의 책임만 지려고 도전을 피하고, 내가 쉽게 잘 할 수 있는 것만 선택하고 자신 없는 일들을 피하는 아이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자신에 대한 불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무모해 보일지 모르는 선택일지라도 도전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활기와 생기가 넘쳐납니다. 자신에 대한 신뢰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로 도전하는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야생성과 자신감이 생겨납니다.

 

아이들의 야생성을 위해서는 예측되지 않는 도전들에 함께 열정을 쏟아 부을 교사들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이들과 배우고 일하며 도전과제를 선택할 때, 교사가 아이들보다 먼저 결과를 예측해서 힘들 것 같으면 시도하지 않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시작 전 철저한 계획과 결과 예측을 요구하며 도전을 좌절시키기도 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교사들도 힘들다고 예상되는 일들은 무모한 일이라고 치부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실패하기를 두려워하는 교사들에게도 야생성은 필요합니다.

 

도전과 성장

 

“와~ 재미있겠다. 우리 공연도 해봐요.”

“우리가 그 일 맡아서 할게요. 그럼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겠다.”

이미 진행하고 있던 일들에 더해 새로 선택한 도전에는 시간의 한계를 비롯해 다양한 어려움이 함께 따라옵니다. 아이들은 부족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아침 일찍 나와 필요한 일들을 하기도 하고, 늦게 까지 남아서 일을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하고 싶어서 스스로 찾은 일이든 제안된 일이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아는 아이들은 도전을 선택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한계를 넘는 방식으로 일들을 해결해 나갑니다.

책임지지 못 할 것 같은 두려움을 접어두고 일단 도전하다보면 큰 난관을 만나서 좌충우돌 합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고비를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이 전에 알지 못한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하게 됩니다. 쉽지 않은 도전을 할 때야 비로소 얻게 되는 성취감도 느낍니다. 야생성은 아이들에게 ‘도전’할 용기를 주고, 잠재력을 발견하고 성장할 기회를 주고, 다시 큰 도전을 시도할 더 큰 용기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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