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들살림] 열등성 이틀
작성자 : 김현주 | 등록일 : 2022-06-04 13:26:20 | 조회수 856

5월 25일 수요일입니다. 묵상 순서를 아이들끼리 의논해서 정합니다.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일의 순서, 정리가 필요한 일에 준홍이가 주도해서 이끄네요.

아침을 합니다. 밥지기 규혁이 밥통과 열심히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밥통이란 크기에 따라 쌀 높이가 달라지고 인원수에 따라 또 새롭지요. 숙소에 있는 밥솥은 대형밥솥이라 자꾸 죽밥이 되네요. 모둠의 밥을 책임져야 한다는 시간이 규혁이에게 찐하게 닿아갑니다.

 

그저 시간만 나면 바로 뛰어나가는 아이들. 자유롭게 시간을 보냅니다. 흔들 그네에 타는 아이들도 있고 배드민턴을 하는 아이들도 있고 햇볕을 쬐며 수다를 떠는 아이들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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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평화 모둠과 몸놀이 고백신(사람이 많아야 재밌거든요!)을 연합을 하기로 했었는데 숙소의 마당에 잔디가 잔뜩 있을 줄은 예상 못했습니다. 우리에게 이렇게 예상 못한 일이 생길 때 그 시간을 즐기는 방법도 있지요. 개울가로 달려갑니다~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돌을 두드리며 또는 몸을 두드리며 음악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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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생명 모심은 어묵국입니다!

준홍, 승희가 식사 지기를 맡았습니다. 루리가 마음을 내어 돕습니다. 들살림 경험이 좀 더 있는 준홍이는 재료를 챙기고 손질하는 일에 좀 더 스스로 움직입니다. 4~5학년 언니들은 능숙하지만 이번에는 가을들살림이 아닌 자치들살림이지요. 동생을 돌보고 일거리를 주는 것 또한 언니의 아주 큰 역할입니다. 오히려 자기가 혼자 해버리면 쉬운데, 일을 적절히 고루 나누는 일이 외려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옆 모둠에 또 소문을 내러 갑니다. 열등성 아이들이 붙인 이름. ‘엄마의 손맛이 담긴 어묵국’ 다들 감탄하며 맛봅니다. 본인들이 한 것이란 게 믿기지 않습니다. 무가 남아 판단해서 넣은 것이 대단했다는 평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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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 후 자유시간을 가지며 신나게 자연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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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들살림은 각 모둠이 회의 때 짰던 계획대로 각각의 시간표가 다른데요. 열등성은 수요일 오후에 미션1을 넣었습니다. 마을회관을 지도 없이 가는 도전입니다.

모둠장 예성이와 지후는 앞서서 가느라 사라져 보이지 않네요. 루리와 승희, 하율, 규혁은 중간에서 산딸기를 발견하고 따느라 정신이 없고요. 준홍이는 모둠원들이 의견을 함께 정하고 갈림길을 선택하는 게 아닌 각자 가고 싶은대로 움직이는 것에 불만이 생깁니다. 시완이도 동의를 합니다. 이럴 때 교사 출동! 앞서 간 아이들을 불러 모읍니다. 모둠원이 함께 길을 찾아나서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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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사시는 분들께 묻기도 하며 길을 찾아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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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의 상징은 무엇일까? 마을회관 간판일까? 아니면 옆에 정자에 쉬고 계신 할머님들일까? 사진을 어디서 찍을까 논의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준홍이가 할머님들이 불편해하실 수도 있으니 간판 앞에서 찍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냅니다. 

마을회관 안이 궁금했던 아이들은 할머님들께 조심스레 허락을 구하고 들어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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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는 그늘에서 쉬며 먹는 달콤한 간식은 정말 꿀맛입니다.

작은 주스 2개로 8명이 한 입씩 나눠 먹는 기적!

4~5학년 언니들 한 방울에도 너무 민감합니다. 먹는 것 앞에선 동생도 친구도 없습니다. 함께 나눠 먹는 것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눕니다. 거의 매일같이 이야기를 나눈 주제. 간식! 마지막날이 되니 서로 자연스레 기꺼이 자신의 것을 나눕니다.

 

하율이는 모나카를 안 먹어봐서 고민이 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해 조심스럽죠. 하율이도 받아두긴 했는데 규혁이가 먹고 있는 것을 자세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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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생명 모심은 당면 짜장면입니다. 저녁 지기는 예성, 루리, 시완입니다.

시완이는 언니들이 말하기 전에 스스로 일거리 찾기가 아직 어렵습니다. 상 앞에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언니들은 각자 자기 것 열심히 하느라 집중합니다. 동생에게 일거리 주는 연습을 식사 준비 때마다 하도록 합니다. 시완이는 첫 준비와 달리 다음날부터는 매우 적극적으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이제 재료가 어딨는지, 계획서 어디에 써 있는지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비상입니다.

이제 거의 완성이 되려는 참인데 물에 젖은 규혁이가 등장합니다. 씻는 시간을 정하는 과정에서 저녁 먹기 전에 물놀이를 하지 않기로 같이 약속했는데, 규혁이가 개울에서 놀다 온 것입니다. 약속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눕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니까요.

규혁이는 샤워를 해야 하고 짜장면은 퉁퉁 불어갑니다. 언니들이 다들 속상해합니다.

 

규혁이까지 모두 모여 이제 정말 먹을 참인데, 또 다른 비상이 생겼습니다.

평화 모둠 이헌이를 못 찾고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모든 모둠의 아이들이 술렁입니다. 그 과정에서 예성, 승희, 규혁 등의 아이들이 모둠을 이탈해서 나가 어떤 일인지 물으러 갑니다. 남은 모둠원들은 또 기다리는 과정에 마음이 상합니다.

 

결국 짜장면은 너무 불어버렸고, 지후와 루리는 눈물마저 보입니다.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으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함께 나눠 짐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배는 참 고프고 눈물은 나고 묵상을 한 후 먹는 짜장면이 맛이 없어서 또 실망합니다. 그렇지만 루리, 승희는 두 그릇을 먹기도 하고 루리, 시완이는 입가에 잔뜩 짜장을 묻혀가며 먹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도 남은 짜장을 너나 할 것없이 앞다투어 먹습니다. 결국 내가 한 음식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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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정리를 하고 밖에 뛰어나가 축구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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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 모임에서는 갑자기 줄줄이 기차가 ~~ 한 쪽에서는 시완, 예준, 선우가 몸으로 찐~하게 애정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모둠별로 지내다가 학년 모임은 또 다른 반가움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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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날이라 그런지 어제보다는 다들 금방 잠들어버리네요. 사건 사고 많았던 두 번째 날도 이렇게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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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아 2022-06-04 오후 4:22:35

    가장 오랜 시간을 기다려준건 짜장면이네요 ^______^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보는 저는 아이들이 이쁘고 대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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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하 2022-06-09 오전 10:42:39

    맛이 없었다더니, 얼굴을 보니 짜장면 열심히 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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