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들살림]자치방위대 3일차
작성자 : 윤재향 | 등록일 : 2022-05-28 23:45:08 | 조회수 1001

오늘 아침은 감자미역국. 은석이가 두부알러지가 있어서 우리의 식단에는 두부가 없다. 그래도 세상에는 맛있는 대체 식재료가 있으니! 이제 아이들은 친구들이 무엇을 못 먹는지 알고 대체 음식을 알아서 생각한다. 오늘 아침 요리사는 은석, 윤별, 선우 요리사! 넉넉하게 끓여서 옆 모둠에도 나눠주면서 따뜻한 아침을 시작했다.

오늘 오전에는 은자골마을 위원장님의 제안으로 진행된 성주봉 자연휴양림에 있는 트레킹 코스를 도는 시간이었다. 숲해설가도 섭외해주시고, 오가는 차량도 직접 마련해주셨다. 아이들의 취향저격 차량은 트럭 뒷자리! 10분도 채 안 되는 시골길을 가는 거지만 위험할 수 있으니 4,5학년과 교사만 트럭 뒷자리에 타고 1~3학년은 작은 차량 3대로 갈 수 있었다. (나중에 1~3학년 아이들이 자신들은 왜 못타냐고 하도 아쉬워해서 위원장님이 숙소 마당을 두바퀴 태워주셨는데, 그 짧은 시간을 어찌나 즐거워하던지. 선우와 유찬은 흥미없는 듯,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 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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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학년 아이들과 4~5학년 아이들이 따로 코스를 돌았다. 1~3학년 코스는 베롱나무가 줄기를 만지만 잎사귀가 흔들려 간지럼나무라고도 불리고, 상수리 나무가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는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라는 사실 등을 설명 듣기도 하고, 황톳길도 맨발로 걷기도 하고, 방방이나 짚라인, 그네도 타면서 신나는 1시간반 가까이 숲해설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재미있게 돌아다녔다.(4~5학년 코스의 분위기는 사진으로 대체^^;)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은 미션성공 쪽지를 달라고 했다. 그렇게 받은 두 번째 미션성공 쪽지! 두 번째 힌트는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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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점심을 준비했다. 오늘은 야채비빔밥. 다시 씻고 썰고 볶고 비비고... 맛있게 밥을 먹고는 마을회관 찾기 미션을 진행했다.

이제 마지막 미션을 성공하면 된다. 단하는 벌써 이번 미션을 성공하기 위해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이미 미션을 성공한 다른 모둠 아이들에게 대략의 길을 물어놓은 것. 일단 그렇게 함께 걸었는데, 출발하자마자 보이는 할머니 한분. 모두가 우루루 뛰어가더니 할머니에게 마을회관 장소를 묻는다. 대충 설명해주시겠지했는데 할머니도 가시는 길이라고 마을회관까지 길을 안내하겠다고 하신다. 이런! 한 30분정도 헤맬까했는데 10분만에 찾은 마을회관이다. 아이들은 마을회관을 이렇게 빨리 찾은 것에 신이 났다. 인증 사진까지 찰칵! 마을회관에 모여계신 할머니 할아버지와도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마을에는 아이들이 없다고. 어디서 왔는지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좋았는지 아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흔쾌히 사진을 찍자고 해주셔서 더더욱 행복했던 시간. 돌아오는 길에 원래 교사들이 예상했던 길로 가지고 했더니 왔던 길로 가겠다고 하는 아이들이다. 폭동을 일으키겠다는 것을 끌고서 가지 않았던 길로 접어들었다. 주체성이 높은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교사의 막무가내 이끔이 싫었을 거다. 그래도 새로운 길에서 만났던 좁은 마을 골목과 커다란 소들과 개들이 아이들의 폭동의 마음을 잠잠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미션 힌트 쪽지를 받아 들고 신나서 암호를 맞춰보는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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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암호 힌트는 ‘사슴’ 아이들은 ‘사슴 농장 전봇대’를 외치더니 신나게 뛰어갔다. 은율이가 제일 먼저 ‘전설의 은자’를 찾았고 함께 환호하는 자치방위대 아이들! 미션 성공!! 미션 성공 선물은 얼린 사과즙이다. 덤으로 감귤마스코바도젤리도 받아들었다. 미션은 받은 선물보다 푸는 과정이 더 선물인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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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냇가 물놀이 시간! 마지막 날이니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인데 단하는 오늘도 온뭄을 푹담그며 수영하는 모습. 물이 너무 좋은 단하다! 민지는 처음 냇가에 몸을 담그는 것을 무서워하고 물 속에 있는 물이끼를 무서워했지만 어느새 온몸은 매일 매일 젖어있는 모습이다. 은율이는 물가보다는 그네가 더 좋은 모습. 윤장이도 물가보다는 아이들과 공차고 뛰어노는 것이 더 좋은갑다.

선우와 냇가를 이야기하며 걷는데 자신의 긴장되고 힘든 마음을 위로받는 힐링장소를 만들었다면 보여주었다. 많은 신기한 걸 발견한 장소라고 설명해주었다. 어제 아침 울었던 선우의 얼굴이 오버랩 된다. 그러고는 이끼는 어느 생물의 휴식처인 것 같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조잘조잘 설명해준다. 선우의 예쁜 말들을 들으며 교사가 힐링하고 있는데 이끼로 혜인이와 함께 떡을 만드는 귀여운 민지의 모습도 보인다. 즐겁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게 힐링인 순간이다. 즐겁게 노는 순간에도 모둠장으로서 역할을 위해 애쓰며 시간을 확인하고 아이들을 모으는 은석이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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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밥은 짜장밥! 아이들 모두가 좋아했던 메뉴다. 모두들 엄청난 양의 짜장밥을 먹고는 간식을 넉넉히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헌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전체 둘러앉기를 했다. 이헌이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직접 듣고(옥상에 수건널러 갔다가 잠깐 잔 듯 안 잔듯한 상태에 누워있었는데 아이들 소리를 못듣고 있다가 내려왔다가 뛰어오는 아이들을 만났다는 이야기) 우리가 얼마나 이헌이가 없어진 줄 알고 놀랐는지, 슬프고 걱정했는지를 들려주었다. 이헌이도 앞으로는 걱정되지 않도록 잘 말하고 다니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헌이를 생각하는 모든 아이들의 마음을 잘 느끼는 전체 둘러앉기 시간이었다. 한시간가량의 이야기를 나누고는 5학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잠잘 준비를 했다.

이날은 민지가 처음으로 밤에 목 놓아 운날이다. 매일 먹는 죽염인데 민지는 오늘은 더더욱 먹기 힘들었나보다. 볍씨는 아이들이 밤새 놀고 피곤한 상태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약용죽염을 한알씩 자기 전에 먹는데, 민지는 죽염이 맛이 없다며 목놓아 울었다. 하기 싫은 일을 엄청 하기 싫어하는 주도성 강하고 당찬 민지의 마음에 아무리 건강을 위해서라해도 하기 싫은 죽염먹기를 온몸으로 거부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렇지만 건강을 챙기는 것은 민지만의 일이 아니라 엄마 아빠의 몫이듯 들살림에서는 교사의 몫이다. 교사도 속으로는 이럴 때 아이의 뜻대로 할까 많은 망설임이 있지만 오늘은 어떤 것은 싫어도 받아들여야하는 일이 있음을 알리고 민지는 제일 작은 죽염 한 알을 먹었다. 다 먹고나서 다시 잘 자는 민지. 민지는 자치들살림 종종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그건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을 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의 눈물이다. 밤에 잠을 자거나 침낭을 개거나 샤워를 혼자서 할 수 있다고 해보거나 맡은 지기를 해내거나 가방을 챙겨보거나 하는 것들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며 3박4일을 씩씩하게 보낸 민지를 보고 있으면 아이가 가진 힘이 보여 놀라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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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나리 2022-06-01 오전 2:57:25

    냇가 물이끼는 선우 마음의 쉴 곳 이었군요. 힘들었지만 스스로 쉴 곳을 찾고 더 단단해진 선우가 참 멋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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